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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익 칼럼] 기술민족주의를 음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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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6. 29

 

▲ 이해익 (칼럼니스트)

가격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 나라와 기업은 무슨 일이라도 한다. 세계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신발, 종이, 완구, 가구 등 경공업이나 시계 등은 이미 중국이 한국을 추월했다. 아직도 한국의 경쟁력이 우위인 산업은 반도체, 자동차, 통신기기, 선박 정도다. 특히 ‘양국 경합’산업에서도 점차 중국 상품이 한국시장을 잠식해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주요 요인은 생산원가 면에서 중국이 월등히 싸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장의 중국 러시가 일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생산설비의 해외이전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 조립공장을 해외로 이전한 경우


한 때 한국은 세계의 신발 왕국이었다. 나이키, 리복, 아디다스, 휠라 등의 브랜드로 세계시장에 신발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중국, 동남아시아에 밀렸다. 저렴한 땅값과 값싼 노동력을 기반으로 OEM공장이 개도국에서 속출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의 신발 공장도 동남아로 이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들 기업은 조립공장의 해외이전이 핵심전략이었다. 소재와 부품은 그래도 한국에서 장악한 채 간접수출의 재미를 보았다. 하지만 그것도 시간이 흐르면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002년 말부터 중국베이징에서 소나타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자동차 부품의 62%(금액기준)가 현지 조달이다. 물론 40여 개의 한국계 부품업체가 동반 진출해서 주요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어쨌든 원재료업체, 부품업체, 완제품업체로 이어지는 산업의 수직구조가 통째로 해외로 이전되는 형상이다.

 

세계 오토바이 헬멧의 1위 업체인 홍진크라운(HJC)의 경우는 생산가격 이외에도 공장 증설이 불가능해서 중국으로 진출한 사례다. 용인공장 일대가 자연 녹지지역으로 묶이면서 땅 한 평도 공장시설로 증설할 수 없었다. HJC의 중국 현재법인인 베이징 푸룬쑹(北京普倫松) 체육용품 유한공사는 헬멧내장재용 섬유인 라이랙스 원단을 한국섬유업체에서 구입했었다. 그러나 오래전 중국현지기업으로 매입처를 바꾸었다. 현지 업체의 라이랙스 원단의 구입단가가 30%정도 싸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이처럼 공장해외이전에 따른 공동화 현상에 대응하는 차세대 대체산업과 핵심역량을 키우는 비즈니스도 생각해 볼만 하다.

 

◆ 부품공장을 해외로 이전한 경우


해외 공장이전의 또 한 가지 유형은 부품공장을 해외로 내보내고 자국에서는 조립만 하는 경우다. 미국의 3대 가전업체인 메이택(Maytag)의 사례가 그렇다. 한국과 중국 등지의 값싼 수입품에 대항하기 위해 생산설비를 중국과 멕시코 등에 분산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보도한 바 있다. 중국과 멕시코에서 각국의 특성에 맞는 부품을 만든 뒤 이를 미국 공장에서 조립한다는 전략이다.

 

이를테면 식기세척기의 경우 모터는 중국에서 전자부품은 멕시코에서 만든다는 것이다. 이미 경쟁업체인 GE나 월풀도 멕시코로 공장을 이전하여 가격 경쟁력에서 앞서 나간 것도 또 하나의 이유였다. 그러나 메이택은 다른 미국 제조업체들과는 달리 생산설비를 몽땅 해외로 내보내지 않고 최대한 미국의 조립공장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중국과 멕시코 등지에서 홍수처럼 수입품이 밀려들더라도 첨단 기술만큼은 외국 공장으로 절대 이전시키지 않겠다는 메이택만의 전략이다. 이른바 기술민족주의에 근거한 세계화 전략이다. 우리 기업가들이 깊이 음미해 볼 대목이다.

 

 

KECI | 2016.01.31 16:18 | 조회 4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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