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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진 칼럼] 서양 레퍼토리 일색 교향악축제 정체성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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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4. 01

 

▲ 최세진 한국경제문화연구원 회장

양담배를 피우면 매국노로 취급받고 벌금을 물던 시절이 있었는가 하면 백색전화 한대를 놓기 위해 몇 년씩 기다리던 기억을 지금의 기성세대들은 하고 있다. 장발과 미니스커트가 문제시되기도 했고 밀주를 만드는 것이 금기의 대상이었다. 이처럼 산업화 , 경제부흥 시대에 그토록 절대시했던 사회적 규율과 가치가 세상이 변하면서 전혀 쓸모없거나 빛을 바라는 것이다. 예능을 하면 교수가 된다하여 열풍을 일으키던 예술대학도 S대 성악가를 비롯해 추문에 휩싸이면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꽃이 피는 4월이면 해마다 예술의전당에서 교향악축제(4월 1일~18일)가 열린다. 올해는 18개 악단이 참가하는데 자기 고장을 빛내고 악단의 명예를 생각해 열심히 연습들을 한다. 

향토색 없는 지방 악단의 서울 나들이
 
지역의 자치단체장에서 부터 동문회, 향우회가 한자리에 모이는 그야말로 향토 축제인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차린 음악 메뉴는 거의 천편일률 양식이다. 지역 정서나 지역 문화를 바탕으로 소통하고 공감하는 문화가 아닌 지휘자가 자랑하고 싶은 레퍼토리 일색이란 느낌이 든다. 서양 악기인 오케스트라는 당연히 그들의 뿌리 깊은 음악사에 기댈 수 밖에 없지만 이제는 우리가 이를 극복하면서 우리의 것을 담아 세계화 하는 단계로 발전해 가야하는 때인 것이다.
 
서양 문화의 傾度(경도)가 지나쳐 자기 나라의 혼과 정서를 상실한 체 외국 문화만 추종하는 것은 국격에도 맞지 않고 계속된다면 후진성으로 비쳐질 수 있다.   한국에 온 관광객 누구라도 자기 나라 것을 모방하는 클래식에 관심을 두겠는가.
 
때문에 서양 메뉴 잔치의 교향악 축제는  이쯤에서 축제의 정체성과 나라의 체면을 생각하는 무대인가를 짚어 보아야 한다. 글로벌 관점에서 보면 부끄러움을 야기할 수 있는 이야기다.
 
대통령 울린 그리운 금강산
 
우리 작곡가의 작품을 키워 세계무대에 소개해야 하는 한류 3.0 시대가 아닌가. 엊그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올해를 시작으로 창작 진흥 5개년 계획의 출발을 알리는 창작 원년임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책이 현장과 잘 결합되어 효율성 높여야 풍성한 문화융성이 될 것이다. 우리 작품에서 세계의 명곡이 나와 서구 오케스트라들이 우리 작품을 연주할 수 있도록 하려면  끊임없는 투자가 필요하다. 그 기회가 교향악 축제인데 수원시립교향악단(지휘 김대진)이 이영조 작곡가의 '여명'과 임헌정이 지휘하는 부천필이 백병동의 '소프라노를 위한 관현악' 작품이 축제에서 한국 작품의 전부이다. 
 
일전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 순방(독일 드레스덴 공대)에서 '그리운 금강산'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대서특필되지 않았는가. 작품이 시대성을 떠나, 자국민의 역사와 정서를 떠나 존재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착각이다.
 
탁계석 음악평론가는 ‘한국의 클래식이 연주가들이 유학하던 본 고장에서는 발표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그 심정은 이해하지만 균형감을 상실한 게 정체성 상실의 원인’ 이라며 창작 프로젝트가 가동되고 수용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교향악 축제가 서양 음악 축제가 아닌 외국인들도 한국 음악의 메뉴를 맛볼 수 있고, 버스 타고 올라온 지역민들도 어께 춤을 덩실 거릴 민요 가락을 느끼는 진정한 국민의 음악축제가 되면 어떨까.
 
이런 무대를 통해 좋은 작품이 만들어지고 세계 지휘자들의 관심이 쏠릴 정도로 축제의 특성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믿는다.
 
주체성 없이 남의 나라 문화로 축제를 관행적으로 펼치는 것이 어떤 것인가. 오는 6월에 열리는 세계적인 유명 축제 ‘시티 오브 런던 축제’의 테마가 ‘서울(SEOUL)이라니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세월이 많이 흘렀고 세상도 변했다. 한국의 위상이 수입 구조에 머물 때가 아니다. 교향악 축제가  발전하려면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방향 감각을  잃지 않고 지향점을 분명히 해 우리 문화의 자긍심이 살아야  대중으로부터도 사랑을 받을 수 있지  않겠는가.

 

KECI | 2016.01.31 16:06 | 조회 4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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