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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훈 칼럼] 이제 장애인 인권에도 꽃 피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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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3. 24

 

 

▲ 김용훈 (국가개발연구원장,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시사칼럼니스트)

드디어 대통령이 장애인의 인권침해에 대한 특단의 조치를 시작했다.

전국 장애인 시설의 인권실태를 전수조사해 관계부처가 합동해 장애인의 인권침해 방지를 위한 근본 대책을 내놓으라는 주문을 지시했다. 특히 중증 장애인을 둔 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며 4대 중증질환 보장을 강화하고 중증 장애인 보호와 지원 체계를 마련하라고 했다.

며칠 전 광주에서는 다섯 살 아들의 발달장애 때문에 30대 부부가 아들과 함께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아파트 4층 방안에는 36세 아빠와 34세 엄마 그리고 5살 아들이 숨져 있었다. 유서에는 발달장애를 가진 아들을 치료하는 과정이 힘들고 아들이 자신들의 얼굴을 못 알아보는 것이 가슴 아프다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보통의 5세 아이라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며 간단한 그림책도 보는 것을 즐길 나이에 부모의 얼굴조차 알아보지 못하니 그 가슴 저밈은 말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또래 아이들보다 말이 느리고 더디게 성장하자 대학 병원을 다니며 치료를 받아오다 정밀검사에서 자폐증으로 최종 판정을 받자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해버리고 만 것이다.

장애인을 가족으로 가져보지 못한 사람들은 그 말 못한 고민과 고통을 이해하기 어렵다. 24시간을 옆에서 보호하고 챙겨줘야 하는 중증의 경우에는 장애인 본인 보다는 곁에서 보호하고 살펴주는 사람이 더 힘들다. 단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다. 정상인과 다르고 이해도가 현저히 낮은 경우 이를 알아채고 더 보살펴주고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를 악용하여 이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거나 가해행위를 하기 때문이다.

3년 전  광주에 위치한 인화 청각장애인학교에서 5년 동안 7세에서 22세의 남녀 청각장애아를 학대한 사건을 영화로 제작한 ‘도가니’를 보면 이 시대 장애아들이 어떠한 현실에 처해 있는지 알 수 있다. 영화 제목도 흥분이나 감격으로 들끓는 상태를 말하는 ‘도가니’다. 아이들을 보호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어야 할 교사가 학생을 학대, 폭행하고 성폭력까지 저지르며 학생들을 유린했다. 학부모와 일부 교직원의 학생 성폭행 제보로 인화학교는 성폭력 대책위를 결성하고 행정실장과 재활교사가 구속당했다. 국가인권위의 임원해임권고와 추가 가해자 6명이 고발되었으나 1명은 공소기간이 지나버렸고 다른 교직원들은 징역 6개월에서 10개월이 구형되었으나 항소심으로 평교사 1명만 징역 10개월을 구형받고 다른 이들은 집행유예로 실제 징역형 없이 자유의 몸이 됐다.
 
이 사건으로 학생들이 대폭 감소하자 학교명을 바꾸고 재활사업대상을 청각, 언어장애에서 지적장애를 확대하여 학교를 운영하고 있음이 알려져 대한민국 국민들을 경악의 도가니에 몰아넣었던 사건이다. 이러한 우여곡절을 겪고도 성추행 혐의를 가진 교사는 퇴출당하지 않고 재직하고 있다. 이러한 사건이 보도되고 영화화 되었음에도 이 학교 말고는 다른 학교를 찾아내지 못하여 학교에 보낼 수밖에 없는 부모들의 심정을 알 수 있을까?

작년에는 서울에서 17세의 자폐아들을 살해하고 자살을 선택한 아버지가 있었다. 이 나라에서 발달장애인을 둔 가족으로 살아가기가 너무 어렵다며 아들을 데리고 간다는 유서와 함께 이승을 떠난 것이다. 17년을 애달픈 마음으로 자식을 키웠지만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절감한 아버지의 절절한 사랑이 아들과 함께 저승을 택하도록 하였다. 정상인과 다르다는 이유로 괴물취급은 물론 학대받고 폭행 받는 것이 당연한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 또 다른 극단의 선택이 나오기 전에 이들의 실태 조사가 이루어져 단계적인 대책도 마련하고 이에 따른 사회 캠페인으로 우리 사회를 한 수준 높은 차원으로 변화시켜내야 한다. 단지 발달이 조금 늦어짐을 이유로 5살 아이의 삶이 중단되는 일을 막아낼 수 있다. 대통령이 강조한 지시이니 만큼 이번에는 제대로 된 대책으로 달라지는 시책을 체감하고 싶다.

 

KECI | 2016.01.31 16:05 | 조회 4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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