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공지사항

[김유혁 칼럼] 곧은 나무아래 굽은 그림자 없다

MASTER

view : 425

2012. 10. 30

 

▲ 김유혁 문화저널21 상임고문,
   금강대 총장
[문화저널21·이슈포커스·이코노미컬쳐]  어떤 경우에도 굽은 나무의 그림자는 반드시 곧지 않으며 (木不直 影必曲 / 목불직 영필곡). 상류가 맑지 않으면 하류는 반드시 오탁 된다(上不淸 下必濁 / 상불청 하필탁). 사람의 경우에 있어서도 마음이 정직하지 않은 사람은 그 행동이 올곧지 않으며(心不正 行不直 / 심불정 행불직). 위 사람이 공명정대하지 못하면 아랫사람이 정직하지 않다는 것(上不明 下不直 / 상불명 하불직)은 우리들에게 전해지고 있는 불변의 사회적 교훈이다.
 

중국의 제왕 중에서 서책을 가장 많이 읽었다는 당태종 이세민(李世民)은 임금이 되기 이전에는 지략이 뛰어난 지장(智將)이었으며, 도덕관이 확립되어 있는 덕장(德將)이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전략전술에 뛰어나 그는 거의 백전백승의 놀라운 전과를 거두곤 했기 때문에 그를 일컬어 천책장군(天策將軍)이라 칭송하기도 했다.

당태종이 임금으로 즉위한 뒤 6개월이 됐을 무렵이었다. 어느 날 궁공(弓工)에게 그가 소장하고 있던 활과 화살 수십 종류를 자랑 삼아 보여주면서 그것이 어떠냐고 물었다. 궁공이 말하기를 “좋은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당태종은 다시 그 까닭을 물었다. 궁공 말하기를 “나무가 곧지 않으면 결(節)이 바르지 않기 때문에 그 활은 비록 경궁(勁弓)이라 하더라도 화살은 바르게 날아가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당태종은 궁공의 말을 듣고 크게 깨우친 바 있었다.
 
곧지 않은 나무의 재질을 써서 만든 화살은 곧바르게 날아가지 않는다, 따라서 과녁(貫革)을 적중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올곧지 않은 나무로 만든 궁시(弓矢)는 비록 수량적으로 아무리 많다 해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즉 나무는, 생목으로서 곧게 자라지 않으면 곧은 그림자 한번 비추어볼 수 없고, 재목이 돼서도 곧바르게 날아갈 수 있는 화살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어 당태종은 그 원리를 인재등용의 원칙으로 삼았다고 한다.

논어 자한편(論語子罕篇)에 절사(絶四)라는 구절이 있다.
절사란 무의 무필 무고 무아(無意  無必  無固  無我)를 말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의 필 고 아(意 必 固 我)는 반드시 끊어버려야 한다는 뜻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나무를 곧게 자라게 할 수 없는 요인인 것처럼, 사람을 정직하게 처신할 수 없게 만드는 반도덕적인 요인이기 때문이다.

의(意)는 사사롭게 숨기고 있는 의도(私意)로서 이를 유사(有私)라 한다. 가령 공직자가 공직자답지 않게 속마음을 숨기고 있을 때 그런 공직자는 이미 공직자일 수 없다. 언제나 물욕 앞에서 인면수심(人面獸心)의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필(必)은 무언가를 반드시 이루려하는 혼자만의 마음가짐을 말한다. 마음속에 숨긴 기대에 대한 것을 기필(期必)이라는 뜻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를 유대(有待)라고 한다. 스스로 행사할 수 있는 크고 작은 권한을 개인적으로 합목적적(合目的的)인 수단으로 동원할 가능성이 크다.

고(固)는 집체성(執滯性)을 의미한다. 이는 비융화(非融和)를 말하는 것이다. 마음속에 숨겨 지닌 고집을 버리지 못하는 한 공직자 개념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이를 불하(不化)라고 한다.

아(我)는 공직자가 자기 존재를 부각시키기 위하여 자신의 공적과 행적을 과대포장(過大包裝)하고, 나아가 자신의 존재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림으로서 무슨 일이든 자신이 아니면 해결해갈 수 없다는 인식을 심어주려고 위장된 신뢰기반을 구축하는 상투적인 작태(作態)를 말하는 것이다. 이를 유방(有方)이라 한다. 즉 내가 이쪽(方)에 있다는 것을 알린다는 뜻이다.

오늘날 우리 교육현장에는 걱정스러운 일들이 많다고 들려오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학원폭력이다. 그 폭력행위의 대상은 위아래도, 선후배도, 동료도, 남녀구별도 없을 뿐만 아니라, 장소와 시간도 가리지 않으며 방법도 점점 잔인해져가고 있다.

정직한 마음을 지닌 궁공(弓工)은 양궁(良弓)을 만들며, 양궁은 목심(木心)이 바르지 않는 화살(矢)은 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양식(良識)을 지닌 사람은 정도(正道)를 이탈하지 않으며, 정도를 신봉(信奉)하는 사람은 정론을 바탕으로 하여 사회정의를 지켜가기 위한 생활습성을 가장 소중히 여긴다, 그와 같은 풍토가 먼저 교육계에서 무르익어갔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KECI | 2016.01.31 14:32 | 조회 5099

먼저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주세요.

창닫기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