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공지사항

[박항준 칼럼] 富의 대전환을 주도하는 새로운 사회의 과제 ‘프로토콜 경제’

이세훈

view : 241

인터넷의 웹을 연결해주던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브라우저 플랫폼인 IE가 서비스를 중단했다. 한때 세계 시장 점유율이 95%에 까지 달하는 IE가 27년 만에 서비스를 종료한 데는 파이어스톰, 크롬 등의 후발 브라우저와의 경쟁에서 밀리며 모바일 플랫폼 확대에 대한 시류에 접근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   CNN이 월드클래스 농담으로 표현한 IE의 묘비사진

 

그러나 앞으로 탄생할 ‘프로토콜 경제’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IE의 몰락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MS가 27년 전에 만든 IE는 철저하게 중개 브라우저 플랫폼이다. 정보 중개는 IE의 주요 기능이자 목적이었다. 철저하게 중개 역할에 충실하다 보니 초기 1990년대 잘 나가던 넷스케이프를 물리쳤던 IE는 서비스 종료 시점에 시장점유율 3%에 머무르면서 60%대인 구글의 크롬에 한참을 뒤처지게 되었다. 검색엔진이나 포털사이트, 유튜브와 같은 콘텐츠화도 실패하면서 중개 플랫폼으로서의 수명을 다하게 된 것이다.        

 

인터넷이 발전한 이후 이러한 사례는 여러 곳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한때 국민 메신저였던 버디버디와 이를 뒤집었던 SK의 네이트온이 지금은 카카오톡에 밀려 시장에서 사라졌다. 세계적인 포탈 서비스인 야후도 토종 포탈인 네이버와 다음에 밀려 한국 시장에서 서비스를 종료했다.      

 

혹자들은 IE의 종료가 후발주자의 혁신성과 신기술, 마케팅 능력에 밀린 것으로 단순하게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IE의 서비스 종료에는 현재 잘 나가고 있는 기업들에게 그리고 앞으로 이들을 끌어내릴 후발 스타트업들에게 주는 중요한 메시지가 있다.       

 

바로 프로토콜 경제의 비상(飛上)이다. 지금 1위를 달리고 있는 기업들은 대부분 중개 플랫폼들이다. 정보 비대칭을 목표로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하여 이어주는 중개자 역할이다. 배달의 민족, 카카오 택시, 네이버, 우버, 쿠팡, 무신사, 아마존 등은 높은 시장점유율로 잘 나가고 있는 중개 플랫폼 기업(서비스)들이다. 그러나 최근 중개 플랫폼들은 상업적 접근, 기존 시장과의 마찰, 높은 수수료 등으로 인해 높은 혜택을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와 시장의 사랑도 존경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앞으로는 프로토콜 플랫폼이 부상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프로토콜 경제’를 이끌 프로토콜 플랫폼은 생태계 구성원들을 공급자와 수요자로 이원화하지 않으며, 수익과 경쟁이라는 제로섬에 갇히지도 않는다. 생태계 구성원 모두의 상호 대등성을 전제로 한다. 아직 초기 모델이지만 넷플릭스나 당근 마켓, 아마존 AWS는 프로토콜 플랫폼의 대표적인 선도모델이라 할 수 있다.      

 

당근 마켓의 경우 특별히 공급자와 수요자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가 수요공급자가 될 수 있다. 넷플릭스는 OTT프로토콜 플랫폼 내에서 영화인과 관객 모두가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구조를 제공한다. 만들어진 영화를 단순히 중개만하는 역할을 넘어 자체 콘텐츠를 뿜어내며, 저렴한 가격으로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해 준다. 아마존의 AWS는 거대한 아마존 쇼핑몰 운영 경험을 기반으로 가장 안전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직 초기 모델이긴 하지만 프로토콜 플랫폼은 플랫폼 사용자들이 비싸다고 불만을 품지 않는다. 기존 시장과 마찰을 빚지 않는다. 경쟁과 독점을 외치기보다 생태계 구성원들이 스스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한마디로 생태계 구성원들 모두가 형평성 있게 놀고 누릴 수 있는 ‘판’을 제공하는 것이다.      

 

당연히 지금의 잘 나가는 중개 플랫폼들이 긴장해야 하는 이유다. ‘프로토콜 경제’ 관점에서 보자면 10년 후에 현재 잘 나가는 중개 플랫폼들, 예를 들어 카카오톡이나 카카오 택시 등 카카오 중개서비스들, 지마켓, 무신사, 배달의 민족, 네이버 등이 1등을 계속하고 있거나, 심지어 생존해있을지도 의문이다.      

 

솔직히 이들이 ‘프로토콜 경제’를 인식한다 하더라도 기존 중개 플랫폼이 프로토콜 플랫폼으로 전환하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1등인 기업이 1등을 향해 나아갈 수 없다. 이미 거대 공룡이 되어버린 조직의 특성상 혁신성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넷스케이프, 야후 코리나, 네이트온, IE 등 사라져 간 중개 플랫폼들의 운명이었다.      

 

다만, 태생적으로 혁신 DNA를 갖고 있는 기업들이 있기는 하다. 대표적으로 쿠팡 물류와 아마존 AWS다. 이 두 기업은 생존을 위한 중개 플랫폼에서 프로토콜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꾀하였고, 이루고 있는 기업들이다. 쿠팡은 물류분야에 있어서 프로토콜 플랫폼으로의 전환에 노력해왔다. 비록 철저한 플로토콜 경제철학으로 무장하지 못하고, 급성장한 조직으로 인해 현업에서는 다소 마찰이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그들의 탈(脫) 중개 플랫폼 노력은 인정할 만하다. 아마존이 내놓은 클라우드 서비스인 AWS는 프로토콜 플랫폼으로서의 자리를 이미 확고히 하고 있다. AWS의 성공으로 아마존은 기존 쇼핑몰의 적자에도 불구하고 아마존 프레쉬 등을 내놓으며 마음껏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좁히고 있다.      

 

현재 중개 플랫폼들이 생존을 위해, 혹 미래 잠재적 경쟁자인 프로토콜 플랫폼들에게 뒤처지지 않으려면 마구잡이식 인수합병을 통해 중개 플랫폼의 덩치만 키워놓을 것이 아니다. IE의 서비스 중단을 교훈 삼아 다가올 ‘프로토콜 경제’를 제대로 이해하는 인재를 키우고, 쿠팡과 아마존의 생존모델을 교훈 삼아 스스로에게 걸맞은 프로토콜 플랫폼 경제 모델을 창조해야 할 것이다.

 

박항준 (재)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이사장

누림경제발전연구원 원장

(사)블록체인기업진흥협회 이사

(사)우리경제교류협회 부회장

 

(공)저서

• 더마켓TheMarket

• 스타트업 패러독스

• 크립토경제의 미래

• 좌충우돌 청년창업

• 블록체인 디파이혁명 

• CEO의 인생서재 

 

 

 

※외부 필진의 기고·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먼저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주세요.

창닫기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