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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계석 칼럼] 용인문화재단의 어린이합창단 지휘자 파면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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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07. 20

 

 

▲ 탁계석 예술비평가회장 


규정에 없는 ‘지휘자 정년제’ 만들어 내치려는 용인시 


 

입법, 사법, 행정. 3부(府)가 나라의 골격이다. 그만큼 ‘행정’이 중요하다. 용인시가 전국어디에도 없을 지휘자 정년(停年)을 만들어 지휘자를 내 쫓으려고 하고 있다. 소위 말하는 전형적인 공무원의 갑질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어린이합창의 백전노장 강금구 지휘자. 그는 평생 어린이합창에 몸을 바친 산증인(31년 째)으로 현재 사단법인 한국소년소녀합창연합회 이사장도 맡고 있다.

 

사정은 이러하다. 강금구 지휘자는 이전에도 용인시로부터 해촉이 되었지만 승소하여 복직 한 바 있다. 이에 용인시와 용인문화재단은 행정소송을 감행 하였다. 소송중인 상황에서도 온갖 탄압과 갑질을 당하기도 하였지만 당당히 승소 하였는데. 당사자는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하지만 용인문화재단은 패소하자 재계약을 한 후 당사자도 모르게 조례에 없는 정년 제도를, 그 어떤 협의나 예고도 없이 만들기에 이른 것이다. 분명 거대 기관의 한 노동자에 대한 갑질이고 보복 이다. 이것은 강 지휘자가 나이 60이 되었으니, 일반 단원 임기에 적용되는 규정을 지휘자에도 적용해 내치려는 전략(?)이다.

 

백번을 양보해 새롭게 조례를 만들려고 한다면 근로기준법상 당연히 당사자에게 통보하여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조례 통과 회의 1시간 전에 협의도 없이 통보했다. 이 역시 전형적인 공무원 수작의 꼼수 중의 꼼수다.

 


합창계 산증인이자 어린이합창의 뿌리 강금구 지휘자


 

용인시는 강지휘자에게는 정년을 그대로 적용하고, 다음 지휘자에게는 적용시키지 않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다시 시을험 보라고 회유하는 것이다. 올가미를 던져 놓고, 자르면 그만인 것을 누가 모르랴~

 

법대로 하면 강지휘자는 새로 만든 규정과는 아무상관 없으며 정년이 없던 그 계약서에 서명한 당시의 법을 적용해야 되기에, 계약서 체결 이후에 만든 법의 대상이 아니다. 법을 떠나 특별한 사유 없이 대한민국의 어린이합창을 주도하고 잘 이끌어 가는 인재를 내처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정답을 유추해 보건대 용인시를 상대로 소송에서 이긴 지휘자에 대한 괘씸죄의 반영이고 표적 해고라고 본다.

 

몇해전 어느 도(道)에서도 지휘자 찍어 내기 시도로 크게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부지사의 딸이 관련된 사건이다. 오랜 법적 투쟁 끝에 지휘자가 승소해 한지붕 두 지휘자란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음악계 잡지 주간 K씨가 내려가 직접  부지사를 만나 사과를 받아냈고, 필자 역시 청와대 앞 1인 시위를 하는 등 이로써 수년간 몸살을 앓았다.

 

한창 한 도시의 합창이 번창할 수 있는 호기를 놓친 이곳은 지금 지휘자.  단원, 시민이 모두 휴우증에 불행한 결과를 맞았다. 주도했던 공무원은 좌천되었다. 이 비극적 상황이 모두 '행정'이 '흉기'로 변용할 수 없음을 보여준 사례로 지금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설혹 문제가 생겼을 때, 어찌해서든 법규에 옭아 메어 많은 이들의 호소에 귀를 닫는 것은 문화재단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 '문화재단'이라 함은 일선 구청 창구와는 다르다. 최소한의 자존심과 문화적인 격(格)을 생각한다면, 이처럼 야만적이고 폭행적인 행동을 할 수 있겠는가. 모든 게 사람이 중심인데 능력을 대접해 주지 않고 몽니를 부린다면 문화재단은 휘두르는 몽둥이를 포장한 완장에 불과하다.

 


인재를 자르면 도시는 문화적 궁핍…코러스 119, 강력하게 대응


 

지금 강금구 지휘자는 강하게 맞서고 있다. 학부형들도 시장 면담을 추진하며 거센 항의를 하고 있다. 참고로 용인문화재단의 대표는 30년 이상 용인시에서 근무한 공무원 출신으로 문화계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카리스마 지휘자는 좀 건방을 떨어도 그것이 예술가로서의 힘이요 멋이다. 공무원표에 맞추어 누가해도 자리만 채우면 된다는 것은 알량하다. 예술이 최고의 복지인데, 함량미달을 준다면 이게 공복이 할 일인가.

 

▲ 탁월한 지도력으로 평가받는 강금구 지휘자   © 탁계석

 

절정에 오른 합창의 히딩크 같은 이를 괴씸죄에 걸어 쫒아내려는 용인문화재단의 태도가 그래서 볼썽사납고 옹졸하다. 제 정신인가. 필자도 알고 있었지만 합창계 주변에 물어 보니 한결같이 놀랄만한 합창 이력의 소유자라고 강 지휘자를 인정한다. 그는 어린이합창계의 산 증인이다. 

 

이런 거목을 단숨에 잘라내려고 한다. 이때의 ‘행정’은 ‘전기톱’ 역할이다. 키우는 건 60년 걸려도 자르는 것은 10분이면 되는데, 이토록 인재를 아끼지 않으니, 용인이란 시 이름도 개명해야 하지 않을까? 지휘자를, 예술인을 졸(卒)로 보는 이런 폐해는 고스란히 용인시민의 몫이다. 시민세금의 효율성에서보아도 이런 악수(惡手)가 없다. 

 

겸허한 사과와 함께 신속하게 거두는 것도 용기요 포용이다. '코러스 119'가 대응 시스템을 갖추어 확실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다. 이것이 코러스 119의 태동 배경이기도 하다.

 


한 학부형의 호소…"가까이 계신분을 잘 모셔야"


 

한 학부형의 호소문 일부를 소개한다. 

 

제가 딸 바보로 5년간 거의 모든 연주회를 다 다녀봤습니다. 제주, 평창, 진주, 부산, 창원, 대구, 군 버스를 타고 들어가 본 연천 등 딸 덕분에 전국 모든 공연장에서의 우리 용인시립소년소녀합창단 연주를 모두 다 보았습니다.

 

합창단 실력차가 확실히 드러나는 것을 매번 느끼고 다른 합창단 관계자들로 부터도 너무 잘한다는 극찬과 박수에 뿌듯함을 느낍니다. 특히 연합합창에서의 용인시립소년소녀합창단 우리 자식들이 무대 정 가운데에서 노래 할 때면 관객들은 부러워하고 우리 학부형들 보기에도 자랑스러운데 하물며 한창 사춘기의 우리 아이들에겐 평생에 남는 감동의 순간이며 당당하게 살아갈수 있는 힘이 아니겠습니까.

 

또 흥미로운 점은 우리가 약 2-3년 전에 연주한 곡을 연주하는 합창단이 여럿 있습니다. 우리합창단을 벤치마킹하는거죠. 그런데 더 좋은 분으로 모시겠다고요? 더 좋은 선생님은 없습니다. 있는 분 잘 모셔서 마음 상하지 않게 해드리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입니다. 연합공연 마치고 선생님 눈도장 찍으려 해도 얼마나 많은 분들에 둘러싸여 선생님께 인사하는지, 저는 인사도 못하고 집으로 오는 경우도 자주 있습니다.

 

조심스런 말씀이지만, 문화재단내 단체 중 소년소녀합창단 만큼 외부에서 인정받는 단체가 있나요? 조수미, 정경화님이 출연하는 국립합창단, 중국 공연에 초대받고, UN 해외 유럽공연에 초대받는 기관이 용인문화재단에 또 있나요? 용인시 문화예술과 임 과장 표현을 빌리자면 ‘가성비 최고 단체‘ 라고 합니다. (중략)

 

가까이 계신분을 잘 모셔야 합니다. 우리 선생님이 한국 합창계에서 얼마나 대단하신 분인데요. 든든한 아빠가 갑자기 떠나면 그 가정이 한순간 몰락하듯 우리 거장(巨匠)같은 선생님을 꼭 지켜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바쁘신 중 소중한 시간을 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원칙과 정당함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시는 부시장님의 소중한 결단을 부탁드립니다.

 

▲ 1988년 창단한 용인시립소년소녀합창단의 제36회 정기연주회 포스터

 

탁계석 한국예술비평가협회 회장

 

 

KECI | 2020.07.22 17:28 | 조회 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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