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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준 칼럼] 미로에 빠진 사회

KECI | 2019.12.11 08:39 | 조회 40

사회와 국가, 아니 세계가 이상하다. 심지어 자연마저 이상 현상을 보이고 있다. 

 

독재국가가 아닌 국가들마저 정권이 대중에 의해 무너지고 있다. 볼리비아,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 국가들이 그렇고 한국도 촛불혁명으로 정권이 바뀌었지 않은가? 거대 사회주의 국가 중국을 대상으로 홍콩 시민들은 유혈투쟁 중이다. 이라크 수상이 물러나고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 국가들의 정치지도도 안전한 상황이 아니다. 

 

왕이나 종교계의 핍박이 크고, 사회계급 차별이 명확했던 시기였다면 ‘제2의 프랑스 시민혁명’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도 아닌데 대중이 주도하여 정권을 바꾸고 세계 정치지도를 바꾸고 있다. 

 

BTS를 필두로 한글로 만들어진 음악이 북미, 유럽 아니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일시적이라고 보기에는 그 강도가 매우 강력하다. 인도나 한국 영화의 영향력도 마찬가지다. 

 

세계 대통령이기를 거부하는 미국 우선주의 대통령이 탄생해 세계를 대상으로 경제전쟁을 수행 중이다. 각국의 극우정당들이 자국 이기주의를 내세우기 시작했다. WTO체제는 무색하고 국가 간 국제협약은 무력화되고 말았다. 직원 급여를 걱정해야 하는 UN마저도 국가들 간 분쟁에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시스템은 더욱 심각하다. 전통적 기업들은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 연간 1천만 대를 생산하는 GM의 시가총액이 십만 대를 생산하는 테슬라에 비해 뒤져있다. 국가가 발행하는 화폐마저 부정하는 도전이 멈추지를 않는다. 

 

공업 산업혁명시대를 주도하던 선진국들이 Destructive Innovation(파괴적 혁신)을 외치면서 개혁에 몸부림치고 있지만 마이너스 성장에 머무르고 있으며, 기득권의 견제에 막혀 4차 산업혁명의 폭발을 선진국들이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금융, 기술 등에서 파괴할 것이 없는(Undestructive) 개발도상국들은 마음 놓고 새로운 시스템을 먼저 도입하고 있다. 

 

베트남이나 캄보디아 등 동남아 국가나 우즈베키스탄 등 구소련 국가, 남미 국가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자본주의 경제를 늦게 받아들여 어쩔 수 없이 현금과 신용카드 사회를 퀀텀 점프한 중국이 모바일 결제의 강국이 된 것이 파괴할 것이 없는(Undestructive) 사회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정부는 어떻게든 일자리를 만들어 국민의 행복지수를 유지하고 싶어 하지만 기존 산업의 붕괴로 더 이상 기존 일자리를 유지하려는 노력은 무의미해 보인다. 그렇다고 신산업에 대해 마음 놓고 지원을 할 수도 없다. 기존 기득권과의 대립 때문이다.

 

자연현상도 만만치 않다. 인간의 잘못으로 야기된 기후변화로 보기에는 화산활동이나 해류 온도의 변화, 대기의 흐름 모두가 정상이 아니다. 수천수만 명이 자연재해로 목숨을 잃는 현상을 인재로 치부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수십 수백 년간 기록해왔던 기후 데이터가 소용없어질 정도로 자연마저 급변하고 있다. 

 

사회 경제 정치 문화 자연이 모두 하나의 메시지를 주고 있다. 기존의 시스템과 기득권 안에서 점진적 변화를 꾀하던 패러다임 쉬프트(Paradigm shift) 시대의 종말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미로에 빠진 듯하다. 어떠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정책을 써야할지 예측이 불가능하다. 기후 학자부터 철학자, 종교계, 정치경제 전문가들 모두가 한 목소리로 이를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우리의 사회의 혼란은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알리는 ‘이행기적 징후’라는 얘기다. 미로에 갇힌 현대 사회에서 가장 빠르게 빠져나가는 사회나 국가만이 새로이 도래하는 시대를 주도할 수 있다.

 

박항준 세한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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