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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 칼럼] 메네 메네 데겔 우 바르신

이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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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렘브란트 <벨사살의 잔치> 1635년 작품, 런던 국립미술관 소장


‘메네 메네 데겔 우 바르신’

 

이 말은 구약성경 다니엘서 5장에 아람어로 기록된 구절(句節)이다.

 

내용을 요약하면, 바벨론(Babylon) 왕국의 마지막 왕인 '벨사살(Belshazzar)’이 귀인(貴人) 1천 명을 모아 궁중에서 큰 잔치를 벌였다. 그때 사람의 손가락이 나타나서 왕궁 촛대 맞은편 분벽(粉壁)에 글자를 쓰는데 그 기록한 글자가 바로 ‘메네 메네 데겔 우 바르신’이다.

 

글 초두(初頭)에 올린 그림은 네덜란드 황금시대의 대표적인 화가 렘브란트(Rembrandt van Rijn, 1606~1669)가 이 사건을 ‘벨사살의 잔치(Belshazzar's Feast)’라는 제목으로 화폭에 옮긴 명작이다.

 

이 성경구절 속에 「메네」는 '수(數)를 세다', 「데겔」은 '저울로 달아 보다' 그리고 「우」는 접속사, 「바르신」은 '나누다'를 뜻하는 단어로, 다니엘서 5장에 기록된 대로 번역하면 아래와 같다.

 

"이 글을 해석하건대 「메네」는 하나님이 이미 왕의 나라의 시대를 세어서 그것을 끝나게 하셨다 함이요(26절),「데겔」은 왕을 저울에 달아보니 부족함이 보였다 함이요(27절), 「바르신」은 왕의 나라가 나뉘어서 ‘메데’와 ‘바사’ 사람에게 준 바 되었다 함이니이다.(28절)"

 

이 구절에서 무엇보다 가장 용납할 수 없는 것은 당시 바벨론은 메데, 바사의 연합군과 대치 중인 국가적 위기 상황이었는데도 1천 명의 귀인을 불러 모아 대규모 잔치를 벌이는 벨사살 왕의 이해할 수 없는 행위였다.

 

결국 그 날 밤에 벨사살 왕은 죽임을 당하고 메데 사람 '다리오'가 나라를 얻었다는 이야기이다.

 

필자는 렘브란트가 남긴 ‘벨사살의 잔치’라는 작품을 볼 때마다 약 2년 전 청와대에서 있었던 또 다른 어느 잔치가 생각난다.

 

남, 북이 군사적으로 대치 중인 우리나라는 북 핵으로 인한 안보 불안과 국가 경제의 파탄으로 민생은 도탄에 빠져있고, 이에 설상가상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는 위기를 맞았다.

 

이러한 국가의 위기상황 속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제92회 아카데미상(Academy Award)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관왕의 영광을 안고 귀국한 영화 ‘기생충’ 관계자들을 청와대로 초청, 영화 속 소재로 다뤄진 ‘짜파구리’를 먹으며 잔치를 벌였다. 그 자리의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다 못해 목을 뒤로 젖히고 파안대소(破顔大笑)하는 영부인의 모습이 사진으로 공개되어  보는 이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를 바라보는 필자의 뇌리(腦裏)에 불현듯 구약성경 다니엘서 5장에 기록된 바벨론 궁중에서 벨사살 왕이 베푼 잔치의 모습이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아마도 앞서 언급한 바벨론의 그 당시 상황과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이 매우 흡사(恰似)하기 때문이리라.

 

즉, 핵(核)을 보유한 북한과의 대치와 ‘코로나 19’라는 역병(疫病)의 창궐(猖獗)로 인해 전 국민이 극도로 긴장하고 있는 중에 혼군(昏君)을 등에 업고 호가호위(狐假虎威)하던 귀인(?)들이 모여 포복절도(抱腹絶倒)하며 잔치를 벌이는 모습이 과거 벨사살 왕이 베푼 잔치와 매우 닮았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바 성경에 나타난 바벨론 궁중에서의 잔치 모습을 화가 렘브란트는 ‘벨사살의 잔치’라는 제목으로 화폭에 옮겨 놓았지만, 필자는 당시 청와대에서 대통령 내외가 벌인 잔치 모습을 어느 화가가 그림으로 그린다면 그 제목을 ‘기생충의 잔치’라 명명(命名)하고 싶다.

 

우리는 며칠 전 새 대통령을 선출하였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어제와 다름없이 짙은 안개 속에 휩싸여 있다.

 

이 안개가 언제 걷힐지 지금으로는 속단할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태양이 뜨면 반드시 안개는 걷힌다는 것이다.

 

정신이 무너지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 이는 다시 말하면 정신을 차리면 모든 것이 회복될 수 있다는 말과 상통한다.

 

지금은 비록 나라의 앞날을 가늠하기 어려운 안개 정국(政局)이지만, 새로이 선출된 대통령이 국민의 참된 정신적 지주(支柱)가 되어준다면 머지않아 반드시 밝은 태양이 떠올라 이 땅에 짙게 드리운 안개를 말끔히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도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는 수많은 애국시민들은 벨사살의 잔치에 나타난 손가락이 되어 대통령의 거처인 북악산(北岳山) 청벽(靑壁)을 향해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듯하다. 

 

‘메네 메네 데겔 우 바르신’ 

 

즉 ‘세어보고 달아보니 함량 부족으로 (지금의 대통령을) 깨뜨리고 (이 나라를) 단심(丹心)의 국민 머슴에게 준 바 되었다’라고…

 

그러나 인간사(人間事) 향후 사정(事情)을 같은 인간이 어찌 예단(豫斷)할 수 있겠는가? 그다음은 오로지 신(神)의 섭리에 맡길 뿐이다.

 

강 인

예술평론가, 사단법인 카프코리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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