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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계석칼럼] 용인에서 세종대왕이 기념콘서트를 열었다?

이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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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성 이사장 학술을 넘어 콘텐츠 방향 제시


"훈민정음 창제 발표 전 세종대왕이 소헌왕후, 왕자들, 대신들과 함께 기념 콘서트를 연 것이 맞다. 세종실록은 펙트니까.  그러니까 용인현 도천에 머무르며 풍악을 울리게 한 것이다. 음력 3월 1일 오후 6시경 부터 11시까지. 15인의 악공이 연주했다는데, 고을의 수령들과 백성들이 가득히 몰려 즐겼다 한다. 우리가 헨델의 테임즈강에서 왕의 뱃놀이를 위해 만든 '수상음악'이나 '왕궁의 불꽃놀이'만 부러워할게 아니다."

 

세종대왕 행차 기록을 발표한 박재성 훈민정음기념사업회 이사장의 기자회견이 28일 오후 용인 시청 브리핑룸에서 있었다. 가벼운 흥분감이 감돌았다.

 

 박재성 훈민정음기념사업회 이사장  © 탁계석

 

이 사료 가치의 중요성을 알고 개최의 포문을 연 사람은 용인시의회 박남숙 의원이다. 필자 역시 오는 10월 1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국립합창단에 의해 오르게 될 ‘칸타타 훈민정음’의 대본을 쓰고 있는 중이라 영감을 받기 위해 주최측 초청으로 참여했다.

 

설명을 듣는 내내 머릿속에는 찬연하게 아름다운 장면들이 떠올랐다. 그 기록 그대로 500년 전을 거슬러 올라가, 하늘에서 하강하는, 아니 메타버스 가상공간으로 옮겨지는 것이 아닌가. 악공 15명이라면, 어떤 악기, 어떤 편성이었을까?

 

물이 흐르는 강변에 풀들과 그땐 어떤 꽃들이 피었을까? 숨죽이며 전하(殿下)의 용안을 줌으로 당겨 보려는 백성들의 착한 눈매와 떨리는 가슴은 어떠했을까. 풍성한 가락이 별빛이 쏟아지는 들녘에 울릴 때 마다 어께 춤도 추었으리라. 4시간의 콘서트라면 지금으로 봐서도 빅콘서트인데, 백성들이 환호성이 들리는 듯하다. 

 

실록은 기록이지 그 기록이 춤을 추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역사 DNA를 주출해 상상력을 불어 넣고 이걸 눈에 보이게 하는 것은 예술가의 몫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 예술의 힘이고, 안목이 있는 사람들은 이것으로 즐기고 소통한다. 지금 예술의전당에서 피카소 전시가 열리는데 북새통을 이루는 것 역시 예술에 눈 뜬 사람들의 행복이 아닌가. 

 

거꾸로 눈에 보이는 것만 보는 사람은 상식을 넘어서기 여렵다. 밥만으로 사는 시대가 지난 것이다. 오히려 이제는 밥보다 문화를 호흡하는 환경이 훨씬 중요하다. 어찌해서 관광객을 끌어 볼까해서 지자체마다 강에 출렁다리도 만들지만 이건 나중에 하는 사람에게 계속 밀린다. 그래서 홍길동, 김삿갓 원산지를 두고 싸운다. 감히 세종대왕을 여기에 비교햐랴. 

 

  © 탁계석

 

세종대왕은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시켜야
 
그렇다, 없는 것도 만들어 내고 스토리를 만드는 콘텐츠 세상이다. 물론 아주 드물게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임금이 여기서 축하연을 펼쳤다는게 어떻단 말인가. 바빠 죽겠는데, 이런 것 말고도 할 일이 태산인데, 괜한 일거리 만드시네~' 하면서 무시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시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무사안일, 자신의 평안만 생각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나 이번 세종대왕 하룻밤 음악축제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역사 복원(復原)사업이니까. 관심있는 지성인들이 모여서 난관을 뚫고 풀어냈으면 한다. 궁극적으로 시민들에게 자긍심이 되고 아이들에겐 학습이 된다. 시쳇말로 용인시가 언제까지 30~40년 전 에버랜드 자랑에 그칠 것인가.

 

어디를 가도 도시가 개성을 잃어가고 있다. 해외에서는 공룡 발자국하나만 나와도 떠들썩하다. 이에 비해 풍악소리가 남겨진 신화 같은 진실을 그냥 묻어 버린다면 엄청난 유실이요,역사에 반(反)하는 것이다. 일면식도 없지만 박남숙 시의원, '얼쑤'를 보낸 하연자 시의원이 그래서 반가웠다.

 

40년 현장을 뛰면서, 예산깎고 반대하는 것에 열심이란 소리를 수 없이 들었던 시의원인데, 오늘은 크게 달랐다. 시민들이 동참한다면 용인에 또 하나의 명품 콘텐츠가 탄생하는 것 아니겠는가. 

 

탁계석 한국예술비평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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