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회원동정

[소설 최치원 ④] 제3권 꿈꾸는 별

이세훈

view : 1383

고운 최치원 선생 후손이 펼쳐낸 전무후무 장편소설 

 

▲ 소설 최치원 제3권 꿈꾸는 별


최치원 제3권 꿈꾸는 별

 

차례

시성들과 소통

아버지 최견일 공公

한림학사

왕의 잔치

토함산

심야의 입궁

대왕의 선물

헌강대왕

대왕의 유언

은함殷含

수상한 세월

여왕의 시대

서라벌의 온기

삼대목

왕거인

부록(소설 속 용어 해설 · 계원필경 · 화엄일승법계도)

 

소설 최치원 제3권 - 꿈꾸는 별

 

책 속에서

 

그 다음으로 생겨난 것은 춘추전국시대. 나라와 나라 간 전쟁이 계속되고 있을 때 진나라 진시황은 13세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랐다. 진시황은 거상 여불위 재상(진시황의 숙부)의 도움을 받아 정치를 해나가면서 큰 꿈을 키웠다. 그의 큰 꿈은 춘추전국을 한 국가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 기원전 221년 자기 나라 백성에게 천하통일을 선포했다. 통일된 하나의 나라를 새롭게 세우는 것이 가장 큰 꿈이었다. 세계 중심 국가로 되기 위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 등 각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인재를 등용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진시황은 인재등용 조건으로 출신국이나 귀천을 구별하지 않았다. (10p)

 

몇몇 백성들이 모여 수군거렸다. 그때 신라 골품제도를 잘 알고 있는 한 사내가 나서 미욱한 여인들을 타박했다. “거 모르는 소리. 아무리 뛰어난 인물이라도 그건 안 될 소리지. 제아무리 당나라에서 고관대작을 했더라도 신라에서는 6두품 출신이잖아. 잘 해야 7등급이나 8등급 벼슬을 받을 거야.” 신라의 골품제도 이야기가 나오자 모두 하나같이 입을 다물었다. 최치원 일행의 수레가 서문을 통과하여 월성으로 들어가자 더 많은 사람들이 구름같이 몰려들어 수군거리며 부러워했다. 한 사내가 그 사이를 비집듯 어렵게 통과하자 풍물패가 풍악을 울리는가 싶더니, 궁중에서 보낸 아름다운 무희들이 춤을 추며 최치원 일행을 환영하고 있었다. (57p)

 

“아마 회교를 믿는 회교도일 것이옵니다. 장안에도 회족들은 따로 모여 살며 자신들의 종교를 지키고 있사옵니다. 하루에 다섯 번, 자신들의 성지를 향해 절을 하는 것이옵니다. 마호메트라고 하는 자신들이 존경하고 숭배하는 성인에게 예를 표하는 것이옵니다.” 최치원이 소상하게 아뢰자 왕은 그의 학식에 감동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마호메트라는 성인은 서역 성인이오? 그렇다면 야훼를 믿는 경고 신자와는 어떤 관계요?” 잠시 깊은 생각에 잠겨 있던 대왕은 다시 고개를 들어 치원을 바라보았다. (100p)

 

기도가 끝나자마자 마르코 수도사는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며 고기부터 손을 댔다. 치원과 호몽은 처음 만난 처녀와 총각처럼 수줍은 눈길을 주고받으며 행복한 표정으로 식사를 했다. “저는 서라벌이라는 타국에서 이렇게 행복한데, 저의 부모님은 이 시간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참.” 식사를 마친 밀리엄 수녀가 서쪽을 바라보며 탄식을 했다. 그러자 호몽이 하소연하듯 중얼거리는 그의 손을 꼭 쥐어주었다. 어린 나이에 머나먼 당나라로 건너가 오랜 세월 외로움을 느끼며 생활을 해 본 치원은 수녀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주위의 관심이 별다른 위로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기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빠른 시일 내 모든 것이 안정되어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길 바랄 뿐이었다. "자, 자... 어서 일어나요. 갈 길이 멀다구요(127p)

 

치원이 몸 둘 바를 몰라 아뢰자 대왕은 검지를 인중에 대며 목소리를 낮추라고 했다. “천만에요. 천만에! 왕의 밤일이라는 것이 별거 있겠소? 주연을 베풀어 향연에 젖고, 미인을 탐하여 그저 주지육림에 빠지는 일이 다반사 아니겠소? 하지만 그 일도 하루 이틀이오. 그 나물에 그 밥 먹듯이 매일매일 향락과 열락이 이제 너무나 지겹소이다. 지난번 접견 시에 과인은 이상하게도 수녀님에게 지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소. 별 말은 없지만 수녀님은 다른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는 느낌을 갖게 했소. 지금까지 우리 궁에는 수많은 고관대작과 외국인 드나들었지만 난 그날 수녀님에게 매우 색다른 느낌을 받았소, 수녀님 존함이 어떻게 되오?” 대왕은 밀러엄 수녀를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세례명이 밀이엄이고 세속의 이름은 배아숙입니다. 저의 아버지가 지어주진 이름이지요.”(144P)

 

계원필경 서문에 「사람들이 백을 하면 나는 천배 이상 노력하여 깨달은 바를 반드시 실천하였다(實得人百之己千之)」라고 쓴 글은 공자가 말씀한 인백기천人百己千보다는 실득實得 이 두 글자는 공부하여 얻은 지식을 받드시 사회에 실행하여 남에게 도움을 주라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한 실천주의 사상을 세상 사람들에게 가르치고자 하는 뜻이 더욱더 과인의 가슴에 깊이 와 닿았소. 노력하여 깨달은 것을 뜨거운 열정으로 반드시 실천하는 정신을 국민정신으로 백성들에게 널리 승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조정 대신들을 이보다 더 정신으로 나라를 위해 천배이상 노력해 줄 것을 당부 드리겠소. (162p)

 

▲ ‘최치원 실득인백지기천지(實得人百之己千之)’ 정신을 이미지(형상)화시킨 임지호 화백 그림(소설 최치원 제3권 169p)


도가 어찌 사람으로부터 멀리 있겠느냐. 설령 배움 없는 시골뜨기라 하더라도 능히 속세에서 벗어날 수 있느니라. 즉, 우주만물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능력을 갖추어 자기 생각을 상대방과 함께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서로 소통하는 것이 도의 실천방법이다. 이로써 하늘과 땅이 말하지 못함을 알았고, 지극한 도에 이르는 길이 아주 멀다는 것을 체험하였다고 하였다. 그러나 지극한 도는 사람으로부터 멀리 있지 아니하고 원래 눈앞에 있다고 했다(至道在目前). (210p)

 

진성여왕 또한 위홍과 보내는 시간이 마냥 행복하기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습니다. 절대를 저를 숙부라고 부리지 마십시오. 상대등이라는 관직을 부르시거나 그냥 대각간으로 부르시든지요.” 위홍은 짐짓 엄숙하게 말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없을 때는 숙부라고 부르고 싶어요. 정말 숙부가 안계시면 이 사람이 어찌 왕위를 지탱할 수 있겠습니까? 전 숙부가 항상 제 곁에 계셔서 무척이나 좋습니다. 선덕여왕께서도 숙부이신 용천공을 하늘처럼 믿다가 결국은...”소녀처럼 어리광을 부리던 여왕이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얼굴을 붉혔다. “대왕마마 황공하옵니다. 그 다음 말은....”(253p)

 

아니, 저런 내로라하는 장수들이 이렇게 먼 이역까지 찾아온 것도 모자라 이토록 자그마한 대진사에서 저토록 진지하게 예배를 보는 것은 도대체 무슨 까닭일까? 경교라고 하는 것은 무엇이며, 이 교당 끝에 서 있는 십자가는 또 무슨 의미란 말인가. 왜에서 건너온 경교 신자들도 상당한 수준의 무사들이라는데  마치 조용한 양떼들이 움직이는 것처럼 순명하며 겸손한 모습은 대체 무슨 이유란 말인가? 앞자리에 앉아 조용히 의식을 지켜보던 상대등은 이처럼 기이한 광경에 놀란 나머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러면서 유리창으로 불리는 곳으로 형형색색의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것을 그대로 맞았다. 지금까지 서라벌에서 구경해 본 일이 없는 희한한 물건이었다. “저 유리창은 어찌 만든 것인고?” 상대등은 옆에 있는 치원을 향해 물었다. (259p)

 

상대등 역시 도통 그 의미를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대구화상에게 그 글을 건네어 의미를 알고자 했다. 상대등에게 수상한 방문을 건네받은 대구화상은 그 글을 몇 번이고 되풀이해 읽어가며 의미를 찾으려 몹시 애를 썼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것은 다라니경을 흉내 낸 것으로, 그 내용이 어렵지는 않습니다. 다만...” 대구화상이 잠시 말을 끊고 주저하자 상대등은 더욱 궁금해졌다. “빨리 해석해 보시오. 내용이 도대체 무엇입니까?” 상대등이 성화에  못 이겨 대구화상은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입을 열었다. (277p)

 

최치원이 가지고 간 보따리를 들고 그들을 따라 토굴 속으로 들어갔다. 황토와 바위가 절반쯤 섞인 그 토굴 안에는 거적이 깔려 있었고, 한쪽 벽면에는 달마대사인 듯한 눈이 큰  화상의 얼굴이 새겨져 있었다. 다른 한쪽 벽면에는 북두칠성이 새겨져 있는 것이 마치 신비로운 세계에 빠져든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더 신기한 것은 왕거인이 누운 머리맡에는 촛불과 향, 그리고 큰 칼 한 자루가 물그릇 위에 놓여 있었는데, 그 칼끝은 벽에 새겨진 북두칠성을 향해 매서운 자태를 드러냈다. 토굴 안을 둘러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하던 최치원은 이내 정신을 가다듬고 가지고 간 보따리를 풀었다. 그리고 약기름을 꺼내 제일 상석인 듯한 사내를 불러 왕거인의 옷을 벗기고 화상을 입은 상처에 기름을 발라 주었다. 최치원의 손끝이 닿을 때마다 왕거인은 아픔 때문에 꿈틀꿈틀하면서 희한하게도 비명대신 이상야릇한 소리를 질렀다. (292p)

 

“뭐야? 해인사 뒷산에?” “예, 스승님. 그 가야산 어딘가에 그 절을 창건한 분들이 서라벌, 아니 통일신라의 강역 중에서도 산수 아름다운 곳곳에 불사를 시작하면서 해인사는 특히 국가의 번영과 안위를 위해서 후세까지 이어질 곳이라 예견하여 해인사 절 뒤편 산 정상 가까운 곳에서 서라벌과 동해의 해 뜨는 모습을 가장 먼저 받아들이는 바위들 중 자연적으로 부처 모습을 갖추고 서 있는 큰 바위를 발견하고 그곳에 미륵 세계를 알려주는 신비스러운 마애불을 새겨 놓았다고 합니다.” 이때 호몽이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왕거인의 말을 가로막았다. “에이 난 또 뭐라고. 왕거인 그건 좀 믿기 어려운 얘긴데? 우리가 듣기로는 지금 해인사에는 스님과 거주하는 신도들만 이백 명이 넘고 승군이 계곡 사이에 팔백 명이나 진을 치고 있다고 하는데, 그렇게 큰 마애불이 바위에 새겨져 있다면 누구든 찾아내지 않았을까?” (302p)  (계속)

 

지은이 최진호는 경남 함양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수료했다. 총무처 기획예산담당, 국세청 기획예산담당,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관리과 서기관, 국세청 인사계장 등을 지냈다. 현재는 탑코리아세무법인 대표이사 회장, 불교아카데미 이사, 한국세무사회 이사 등을 맡고 있으며, '우리말 불교경전'을 펴낸 바 있다. 변화는 많지만 하나로 꿰어 있고 무게가 무겁지만 가라앉지 않은(萬變一貫多重而不沈) 최치원에 대한 장편소설을 집필하게 되었다.

 

최치원의 사람 사랑과 나라 사랑을 널리 알리기 위한 일념(一念) 하나로 작가는 지난 30년 동안 유적지를 답사하고 연구한 자료를 가지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소설화 작업을 해 책으로 펴냈다. 

 

최진호 장편소설 '최치원' 1권 성인과의 만남(300p). 2권 통찰의 지혜(296p). 3권 꿈꾸는 별(324p). 4권 하늘의 비밀(332p). 5권 눈으로 볼 수 없는 세계(348p) / 도서출판 집사재 / 신국판(152×225) / 1쇄 발행일 2021년 02월 10일

 

문화저널21 최병국 기자

먼저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주세요.

창닫기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