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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만기 칼럼] 통일은 가능한가? 어떻게 준비하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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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4. 19

 

▲ 장만기 (인간개발연구원 회장)

얼마 전 지하철에서 흑인 여성의 옆자리에 앉은 적이 있었다. 어디에서 왔는지 궁금해 물었더니 영국에서 온 관광객이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그가 아프리카 르완다 출신으로 1994년 4월 6일, 100일간 100명이 살해된 ‘르완다 참극’을 피해 살아남은 자로 지금은 영국에 정착해 안정된 삶을 살고 있는 영국시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르완다 대학살은 르완다를 지배하고 있는 두 종족인 투치족과 후투족 사이에 벌어진 비극을 말한다. 그날의 참극은 후투족 출신인 쥐베날 하브자리마나 당시 대통령이 탄 비행기가 키갈리 공항 착륙을 준비하던 중 격추되면서 시작되었다.

그 다음날 르완다 인구의 85%를 차지하는 후투족이 소수족인 투치족의 씨를 말리기 위해 ‘바퀴벌레’라는 작전명으로 투치족 박멸작전에 들어갔다. 무기가 따로 없던 후투족은 손도끼와 정글용 칼이 대량살상 무기였다. 후투족 무장 세력은 투치족과 그들을 돕던 일부 종족까지 무참히 살해했다.

피의 살육은 폴 카가메 현 대통령이 이끌던 투치족 반군단체인 르완다애국전선(RPF)이 그 해 7월 15일 키칼리를 장악할 때까지 이어져 100일 동안 대략 80~10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1분마다 6명씩 쓰러져 죽음에 이르렀던 것이다.

수년 전 캄보디아를 방문해 킬링필드 기념관에서 피해자들의 유골을 봤던 기억이 새로워진다. 르완다 참극 당시 후치족 10명 중 1명이 죽은 꼴이라고 하니 히틀러 나치의 유태인 대학살의 역사적 사건이 연상된다.

6.25전쟁이라는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고도 한반도에 아직까지 분단의 비극이 지속되고 있는 것과 같다. 르완다 역시 이러한 참극을 경험하고도 평화는 쉽게 찾아오지 못했다. 키칼리를 장악한 투치족 반군은 후투족 출신인 파스퇴르 비지뭉그를 대통령으로 내세웠지만, 정국을 주도한 것은 반군 지도자 출신으로 총리에 오른 폴 카가메였다. 당초 후투․투치 연립정부를 주동했던 카가메는 2000년 4월 아예 대통령에 취임하고 투치단독정부를 구성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르완다 비극의 뿌리는 1916년 제1차 대전 중 르완다가 벨기에의 식민지가 된 이래 소수종족인 투치족을 지배계급으로 이키운 책략에 있었던 것이다. 금년 1월 7일 르완다 키칼리에서 열린 대학살 20주년을 맞아 르완다 전역 30여 곳을 돌아온 화합의 불꽃이 대회장을 밝혔다. 살육의 세월을 힘겹게 견디어 낸 르완다인들은 화합의 불꽃을 높이 들고 새로운 희망과 평화를 세계에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르완다는 결코 과거를 잊어서는 안 된다.

남북이 분단된 지 65년의 세월이 지났다. ‘통일은 대박이다’, ‘주민’의 인도적 문제 해결, ‘민생’의 인프라 구축, 남북 ‘주민’간의 동질성 회복을 내용으로 한 드레스덴 3대 제안을 박근혜 대통령이 발표했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북한 정부의 태도는 너무나 이기적이어서 희망은 커녕 실망만 더해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희망을 결코 버려서는 안 된다.

저 비극의 나라 르완다에도 화해의 봄이 오지 않았는가. 밤이 깊어지고 캄캄해질수록 아침의 여명이 밝아오는 것이 자연의 이치인 것처럼 인간의 역사도 그러하다. 다만 절망하지 않고 계속 전진해야 한다.
문제는 지도자를 비롯한 우리 국민들이 통일을 향한 정당성이 담긴 마음자세로 북한사회으이 비인도적이며 비인간적인 상황에서 겪고 있는 고통스러움을 우리 동족의 아픔으로 인지하고 끌어안아야 한다. 진실한 민족애와 애국심이 발휘돼야 하늘의 문이 열릴 것이다.

우리는 지금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4대 강대국들의 파워게임이 미묘하게 전개되고 있음에 촉각을 세워 통일과 민족, 그리고 국가의 생존과 번영의 길이 밖에 있지 않고 내부에 있음을 자각하고 남북이 함께 통일의식을 키워 가는데 최선을 다해 나가야 한다.

통일로 나아감에 있어 남북의 지도자들은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말이나 생각을 조심해야 한다. 원수를 미워하지 말고 사랑하는 역설적 진리가 남북간의 특히 남북의 국민간에 작동하도록 인간적 배려는 아끼지 않아야 한다.

우리 국민들은 시급하고 중요해진 통일의 과제를 결코 정치지도자들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 애국·애족의 사랑의 정신이 살아나면 통일을 가로막는 먹구름은 사라지고 ‘밝은 태양’이 떠오르게 될 것이다.

 

KECI | 2016.01.31 16:08 | 조회 4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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