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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문원 칼럼] 마음의 카타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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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2. 28

 

▲ 윤문원 작가 (칼럼리스트/ 경제평론가)
TV에서 손양원 목사의 일대기를 다룬 특집 프로그램을 보았습니다. 평생 동안 나병환자들을 돌보면서 목회 활동을 하다가 6.25 전쟁 중에 인민군에 의해 순교를 당한 내용이었습니다. 그 중에서 특히 감동적인 내용은 1948년 여순반란사건이 발생했을 때 순천에서 학교를 다니던 두 아들이 좌우 이념 갈등 속에서 총을 맞고 죽음을 당했지만 총을 쏜 좌익 청년을 구명 운동을 통해 목숨을 구하고 자신의 양자로 삼은 내용으로 충격적이었습니다.

‘어떻게 아들을 죽인 원수를 양자는커녕 용서조차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일대기를 보면서 프로그램의 제목처럼 진정한 용서를 통한 ‘죽음보다 강한 사랑’의 실천을 느낄 수 있었지요.

누구나 삶을 살면서 사람에 의해 많은 상처를 받습니다. 은혜를 배신한 사람, 불의와 부정을 저질러 엄청난 시련을 안겨준 사람, 사랑을 배반하여 지울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준 사람, 중상모략으로 인격을 허물어뜨린 사람 등 여러 사람들로부터 여러 가지 형태로 마음의 상처를 받아 원한이 맺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까지 인생을 살면서 용서하기 힘든 상처를 받은 적이 있지요? 나도 지금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서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받았습니다. 남이 마음의 상처를 입고 괴로워하면 용서의 필요성을 역설하다가도 막상 자신이 상처를 받으면 용서가 아니라 분노와 원한과 복수심이 앞서게 되더군요.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마음을 다 내려놓고 저서에 ‘용서’라는 주제의 글을 여러 차례 쓰면서 용서하기로 마음먹었지만 진정한 용서는 쉽지가 않더군요.

원한에 맺힌 이를 용서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상처는 깊고 오래가면서 상처를 안겨 준 사람에 대하여 용서는커녕 이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거나 상상하기만 해도 복수의 감정이 폭발합니다. 말로는 종종 “용서합니다” 하면서 그 말을 하는 순간에도 마음에는 분노와 원한과 복수심이 남아있지요.

복수는 상처를 준 사람도 파괴하지만 자신도 파괴시켜 더 큰 불행을 낳습니다. 복수는 일시적인 쾌감을 줄지는 몰라도 죄의식을 남깁니다. 성급한 복수가 고통의 근원이 되며 자신이 행한 복수를 기뻐하는 마음이 비탄으로 변할 수 있으므로 복수가 아니라 용서를 선택해야 합니다.

용서 하지 않으면 상처를 준 사람도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가지만 자신도 마찬가지입니다. 상처를 준 사람은 ‘죄’의 무거운 짐을, 자신은 ‘원한’의 무거운 짐을 지게 되지요. 용서는 두 사람 모두에게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자유롭게 합니다.

용서하지 않으면 현재는 과거에 얽매이게 됩니다. 상처받았던 과거에 삶을 얽어매놓고는 자신의 존재를 규정하고 갉아먹도록 방치해두는 것과 같습니다. 틈만 나면 상처를 끌어안고 분노를 되새김질하는데 골몰하게 됩니다. 용서는 과거에 갇힌 에너지를 내보내고 하고자 하는 일에 쓸 수 있게 합니다. 용서를 통해 과거를 털어내고 마음의 평정을 이루어 다시 일어나서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겠지요.

상처와 원한의 감정에 매달리면 자신을 해치고 더 부정적인 에너지를 끌어올 뿐입니다. 누군가를 용서하지 않고 마음에 앙심을 품는 것은, 다른 사람이 병들기를 기대하면서 자신이 독을 마시는 것과 같습니다. 상처와 원한의 감정에 매달리면 자신을 해치게 되고 더 부정적인 에너지를 끌어올 뿐입니다. 용서는 인간관계의 아름다운 마무리로 용서를 통해 새로운 인간관계가 이루어집니다.

상처를 더 이상 붙들지 말고 상처를 준 사람을 마음에서 놓아주면서 용서하세요. 용서를 구할 때까지 기다리지 마세요. 왜냐하면 용서는 그들보다 자신을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용서하지 않으면 분노를 되새김질하게 되어 마음의 평화가 깨져 자신을 불행하게 만듭니다. 용서는 자신을 위해 상처를 떨쳐버리는 것이지요. 용서하여 맺힌 것을 풀고 자유로워지면 세상 문도 활짝 열리며 모든 존재를 향해 나아갈 수 있게 되지요.

진정한 용서는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가져다줍니다. 용서의 실천은 자신의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밑거름이자 원동력입니다.

 

KECI | 2016.01.31 16:03 | 조회 4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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