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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익 칼럼] 재벌 독재 신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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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2. 30

 

1974년 2월 4일 오후 9시경, 캘리포니아 버클리 신문 재벌 허스트 가문의 상속녀 패티 허스트의 아파트에 남녀 무장괴한 세 명이 들이닥쳤다. 같은 방에 있던 약혼자를 제압한 괴한들은 패티를 트렁크에 집어넣어 납치를 했다.

유괴범들은 극좌 도시 게릴라인 공생인민해방군(SLA)으로 수감된 동료의 석방을 위해 유명한 가문의 자제를 골랐던 것이다. 그러나 석방교섭이 거부되자 SLA는 허스트 가문에 "빈민에게 1인당 70달러에 상당하는 음식을 제공하라!"는 조건을 내걸었으며, 빈민을 위한 광고를 내라고 허스트 가문에게 요구했다.

이런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허스트가는 600만 달러를 썼음에도 패티는 풀려나지 않았다. 그러나 놀라운 사실은 허스트 양이 SLA의 단원이 되어 있었으며 "허스트 집안의 허물을 반성하며 SLA에 가입하고 이름 또한, 체 게바라의 여자 친구였던 타니아로 개명하며, 남성우월주의자인 약혼자와도 헤어진다"는 육성 테이프를 공개하기도 했다. SLA가 은행을 터는 현장 CCTV에서는, 총을 가지고 나타나 고함을 지르며 고객들을 위협하는 허스트 양의 모습이 보이기도 해 미국 전역을 충격에 빠뜨리기도 했다. 이것이 <허스트 납치사건>이다.


◆극도의 무서움이 사랑으로 반전


위의 허스트양 납치사건은 <스톡홀름 신드롬>의 대표적 사례다. 인질이 인질범들에게 동화되어 그들에게 동조하는 비이성적 현상을 가리키는 범죄심리학 용어다. 1973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은행에 침입한 4명의 무장강도가 은행 직원들을 볼모로 잡고 6일간 경찰과 대치한 사건에서 처음 관찰되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처음에는 인질들도 범인들을 두려워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그들에게 동화되어 간다. 그래서 자신들을 구출하려는 경찰들을 적대시한다. 또 사건이 끝난 뒤에도 계속해서 강도들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지 않았는데 이러한 심리현상을 말한다.

 ‘인질’의 경계가 늘 명확한 건 아니다.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 <스톡홀름 신드롬>이라는 개념의 용법 타당성을 놓고 논란이 자주 빚어지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몇 가지 사례들을 감상해보자. 미국의 정치 컨설턴트 딕 모리스는 정부에서도 <스톡홀름 신드롬>이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난공불락의 관료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의사 결정 과정을 민간에 넘기는 것이다. 하지만 장관 등 여러 요직에 임명된 사람들이 관료들의 포로로 전락하고 만다는 것이다. 일본 가가와대 교육학부 교수 이와쓰키 겐지는 <스톡홀름 신드롬>이 가정에서도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자녀들이 문제가 있는 가정이나 부모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부모를 필사적으로 좋아한다는 것이다.

◆사회, 정치분야에 널리 퍼져 있어


여성부장관이었던 지은희는 『신동아』 2004년 11월호 인터뷰에서 <스톡홀름 신드롬>을 언급함으로써 성매매 여성을 ‘포주의 인질’로 보는 시각을 드러냈다. 이는 성매매 여성들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았다.

철학자 김진석은 ‘재벌독재’를 주장하면서 그것을 일종의 인질극으로 보았다. 그는 “언젠가부터 인질은 그저 물리적 폭력이 아니라 경제적이고 문화적인 폭력을 이용하되, 단순히 강제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사람들을 돌리고 또 돌려서 자신의 소망을 이루는 일이다”며 “새로운 인질들은 어느 정도 자발적으로 인질범에 협조하는 듯하다”고 했다. 물론 이 주장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한국인들은 재벌체제의 문제점을 알면서도 국가경쟁력을 위해 그걸 선택한 것에 가까운가, 아니면 그 체제의 인질로 잡혀 어쩔 수 없이 순응하는가? 이는 재벌체제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인질범들이 인질들에게 정신적으로 동화되어 자신을 인질과 동일시함으로써 공격적인 태도가 완화되는 현상을 <리마 증후군>이라고 한다.
 

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CEO 연구가, 칼럼리스트)


1945년, 서울 출생
서울상대 경제학과
유원건설 감사실장 - 진로그룹 이사 - 캠브리지 총괄전무 역임
한국능률협회 전문위원 (교수요원)
대통령 직속 정부혁신위 공기업평가위원회 위원 및 총괄반 대표
한국표준협회 경영고문
중국 요녀성 심양시 경제 고문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 초대 기업평가위원장 역임
現 KT대표이사 회장/CEO 자문위원
現 신한금융투자 사외이사
現 한국 CEO 연구포럼 연구위원장

 

 

KECI | 2016.01.31 15:33 | 조회 5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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