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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박사의 맛 이야기] 커피 편 (2) 루왁커피

이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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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왁커피는 영화 버킷리스트(The Bucket List : 꼭 하고싶은 것의 명단)에 소개되어 더욱 유명하게 된 커피다. 영화 주인공을 맡은 잭니콜슨은 돈이 매우 많은 억만장자로 아주 인색한 편이다. 하지만 커피만은 비싼 루왁커피(Kopi Luwak)를 마신다. 매우 향기롭다면서 '세상에서 가장 비싼 커피를 마신다'라고 자랑한다.

 

루왁커피는 말레이시아 등에서도 일부 생산되지만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된다. 전 회에서도 간단히 언급했지만, 루왁(Luwak, 한국말로 사향고양이)이 커피열매를 따먹은 후에 과육은 소화시키고, 씨부분은 배설하는데 그 배설물을 씻어 가공하여 볶아 만든 것이다. 인도네시아어로는 코피 루왁(Kopi Luwak)이라고 하는데, Kopi는 커피를 의미한다. 

 

얼마나 향기롭고 맛있는지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비싼 것은 분명하다. 비싸다는 것도 주관적일 수 있지만 다른 커피와 비교해서 비싼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객관적인 일례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고급호텔인 S호텔 커피숍에서 판매하는 커피가격을 비교해보자. 

 

2022년 7월기준 루왁커피는 58,000원으로 가장 비싸고, 두 번째로 비싼 것이 48,000원인 파나마산 게이샤커피이며, 이탈리아에서 들여온 아메리카노커피는 18,000원이다. 굳이 S호텔을 든 이유는 그런 특급 호텔에서는 관련 전문가들이 루왁커피의 ‘진위’ 등을 비교적 엄격하게 관리할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진위’라는 단어가 바로 오늘 이야기하고자하는 인도네시아산 루왁커피 이야기에 대한 핵심키워드의 하나이다. 

 

먼저 왜 루왁커피가 맛이 있는가? 

마케팅적 측면에서 이야기하자면, ‘루왁은 우리나라말로 사향고양이다. 사향은 동양에서 매우 귀한 약재이며 고급 향으로 사용하고, 영어로는 머스크(Musk)로 표현한다. 이 사향고양이가먹고 배설한 커피콩에 바로 사향물질이 함유되어있다. 귀한 사향고양이의 장내발효를 통해 커피콩의 원래향과 더불어 매우 신비로운 향을 선사한다’라고한다. 참고로 사향고양이의 영어식 표기는 씨빗(Civet)이고 인도네시아식 표현은 무상(Musang)이다.

 

한편, 루왁커피에 대해 좀 더 객관적인 평가를 하고자하는 사람들에 의하면, ‘루왁은 과육을 먹는 동물이다. 이 동물은 살기위해 필연적으로 달콤하면서도 신선한 과육을 즐기려고 한다. 따라서 커피콩 중에서도 가장 크고 잘 익은 커피열매를 따먹는다. 그결과 루왁이 배출하는 커피생두는 가장 맛있는 생두일 수 밖에 없다’라고한다. 그리고 ‘그 속에 사향이 얼마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씻고 볶는 과정에서 얼마나 남아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한다.

 

반면 루왁커피에 대해서 다소 부정적인 평가를 하는 사람들에 의하면, ‘루왁이 먹고난 배설물에서 커피나무 싹이 자란다. 그 말은 루왁 커피콩에는 큰 화학적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뜻이다’라고 한다. 

 

▲ 커피 열매를 먹은 루왁이 땅 위에 배설한 배설물 속에서 커피나무 싹이나오는 모습 ©이창현

 

필자에게 루왁커피와 인도네시아에 대해 많은 가르침을 주신 일우 선배님을 위시한 많은 고수님들로부터 배운 것을 바탕으로, 여러 관련자료를 찾아 이해한 필자의 견해를 간략히 밝히자면, ‘크고 맛있게 잘 익어 품질 좋은 커피콩이 루왁의 뱃속을 통과하면서 1차 저온발효가 일어나고, 이를 말리는 과정에서 2차 저온발효가 이뤄지면서 커피의 향과 맛이 더 부드럽고 풍부해지며, 카페인 함량이 다소 낮아진다’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루왁커피가 세상에서 가장 비싼 커피가 된 이유로는 보통사람들이 지각하기 어려운 아주 작은 품질적 차이를 바탕으로한 훌륭한 스토리와 사향고양이라는 네이밍, 그리고 비싼가격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비싼 것이 좋고 귀한 것이며, 비싼 것에는 이유가 있다고 믿는 소비자들의 믿음이 컸다. 즉 ‘미세한 차이를 바탕으로 한 스토리와 네이밍, 고가마케팅으로 아시아 지역에서 성공한 것’이다.

 

루왁커피의 채취과정은 크게 3가지 방식이 있다. 먼저 양식이다. 루왁을 사로잡아서 가축우리에 가둬두고 사료로 과육이 잘 익은 커피열매를 먹인다. 배설물인 루왁 커피콩을 수시로 수거해 물에 씻은 후에 말려서 가공한다. 이 때문에 동물학대 이슈가 국제적으로 불거졌다. 

  

▲ (좌)우리에 갇혀있는 루왁. 야행성이라 낮에는 자기 우리속에 들어가 있다. (우)양식루왁은 배설물을 수시로 씻어줘야 한다. 자연산 루왁 배설물과 달리, 양식 루왁의 배설물에서는 역겨운 냄새가 더 강해서 자주 수거해 씻어줘야 한다고 한다.  © 이창현

 

전 회에서도 간단히 언급했지만 커피농장 주인들은 ‘귀중한 커피열매를 먹어치우는 해수인 루왁을 그냥 죽여서 퇴치하는게 아니라 잡아 우리에 가두어서 유익하게 관리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생산량을 일정하게 유지하며 커피콩을 위생적으로 관리하고 품질을 안정화 한다’고 이야기 한다. 또한 ‘자연산 루왁은 이열매 저열매를 먹는데 이 때 독성이 있는 과일도 먹을 수 있지만, 사육하는 루왁은 순수히 커피콩만 먹기 때문에 더 안전하다’고 한다. 또한 ‘적정시간이 지나 노화에 따라 자연스레 중성화가 되면 자연으로 돌려 보낸다’고 이야기 한다.

 

그 다음으로 자연산이다. 자연산이란 커피콩 수확철에 커피열매를 따먹은 야생루왁의 배설물을 수거하여 자연상태의 모양을 최대한 그대로 유지하면서, 햇볕에 며칠 말린 후, 물에 씻어서 가공한 것을 말한다. 이 자연산은 커피품종에 따라 아라비카 품종과 로부스타 품종으로 구분된다.

 

일반적으로 인도네시아의 경우 해발 1,200미터 이상의 높은 지대이면 대부분 아라비카 품종을키우고, 800미터 이하의 낮은 지대이면 로부스타를 키우는데 루왁이라는 짐승은 커피의 품종을 구분해서 따먹지를 않아 배설물에 두커피의 품종이 뒤섞이는 경우도 많다. 

 

참고로 커피는 크게 아라비카와 로부스타로 구분되는데, 로부스타(Robusta)란 영어로 Robust(강인하고 건강한)이란 뜻이다. 즉 우리나라 벼로 말하면 통일벼처럼 강인하고 생산성이 높다는 뜻이다. 단위당 생산량이 많고 잘 자란다. 가격은 상대적으로 싸다.

 

자연 상태의 모양을 유지하는 이유는 크게 2가지다. 하나는 잘 발효시키기 위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소비자나 수거상에게 판매할 때 가짜라고 의심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후자의 이유가 훨씬 더 커 보인다.

  

▲ 커피콩 수확철에 커피과육(체리)부분을 제거하고 말리는 모습. 붉게 녹슨 양철지붕 위 채반에 고이 말리고 있는 것이 루왁의 배설물인 루왁커피콩이다. 가급적 배설물의 원형대로 말린다.진품임을 증명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다. 루왁커피는 한국과 일본과 대만, 중국 등지에서 비싼 값에 팔리기 때문에 농부들에게도 소중한 환금자원이다.  © 이창현

 

마지막으로 가짜 모조품이다. 이 가짜 모조품은 완전 100% 가짜가 있고, 진짜와 가짜를 적절하게 섞은 것이 있으며, 위에서 언급한 양식과 자연산을 섞은 가짜도 있어서 그 유형과 종류는 아주 다양하다. 가짜에도 등급과 구분이 많은 셈이다. 어떤 자료에는 전체 판매되는 루왁커피의 80%가 가짜라고도 하는데 그 이유는 전체 생산량이 200정도인데 판매되는 총 물량은 1000이라는 이야기다. 그 기준도 복잡한 셈이다. 

 

참고로 필자가 인도네시아에서 거주할 때 경험한 루왁커피에 대한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하겠다. 2019년 전후를 기준으로 자연산 루왁커피 1kg의 산지가격은 6만루피아에서 12만루피아였다. 당시한화로 5,000원에서 10,000원 정도 사이였다.

 

신기한 마음에, 그리고 여러 가지 계산을 해 보니 엄청나게 남는 장사여서 1kg에 10,000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고 약 3kg을 사왔다. 평상시라면 산길에 3Kg이라는 무게가 가볍지 않겠지만 설레는 마음에 무게를 느끼지 못했다. 아파트에 도착하자마자 욕조에 물 받아놓고 수차례 씻었다. 가족들은 냄새난다고 나에게 큰 불평을 했지만 곧 괜찮아진다고 달래면서 거실 귀퉁이에 널어놓고 하룻밤을 보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거실에는 온갖 벌레들이 향기로운? 냄새를 맡고 몰려들어 난장판이 되어있었다. 결국 사람을 고용해서 외부에 볕 좋은 곳에서 말렸다. 

 

▲ 루왁커피콩 배설물을 모아와서 집에서 씻었다. 역겨운 냄새가 온 집안에 가득했다. 향기로운 사향냄새는 전혀 아니었다. ©이창현


그 뒤 몇 번을 더 구매해서 씻어 말렸다. 어눌하지만 간단한 의사소통할 정도의 말도 배우고, 같이 트레킹을 자주 하던 김형기 사장이나 민병욱 사장의 통역 등을 통해 농장의 현실과 재미있는 사항들도 더 깊이 알게 되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가격이 좀 좋은 물건을 만났다. 몇 Kg을 구매해서 배낭에 넣고 힘들게 산에서 내려와 역시 소정의 인건비를 지불하고 루왁커피콩을 씻게 했다. 씻던 사람이 하는 말이 이번 루왁커피 아주 이상해서 쓸 수가 없다고 했다. 버려야겠다는 것이다. 이유를 물었다. 물에 넣었더니 예전과 달리 이상한 냄새가 강하고, 껍질과 콩이 물위로 둥둥 뜬다는 것이다. 버리라고 했다. 이런저런 일을 겪고 난 뒤 나는 가짜 루왁커피콩이 어떤 것인지를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해외근무를 많이한 사람들과 이야기해보면 다른 동남아 등지와는달리 그래도 인도네시아인들이 순박하고 착하다고 한다. 하지만 약간 어리숙하게 보이면서 인도네시아말도 못하면 바가지를 씌우려 하는 경우가 가끔있다. 인도네시아도 다른 개발도상국과 마찬가지로 빈부차가 아주 큰데, 커피농장을 트레킹하거나 등산하는 외국인이라면 돈이 많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거의 못들어 봤지만, 우리나라 속어에 ‘양놈지갑 주웠다’라는 말이 있었다. 횡재했다는 뜻이다. 지갑안에 든 돈과 외국제 품질좋은 지갑과 서양인 것이니 돌려주지 않아도 심리적 부담이 없는 행운이 동시에 찾아온 것이라고나 할까? 

 

굳이 이 표현을 사례로 든 이유는 우리에게 서양인이라는 단어 표현에 내포된 수많은 이미지 중 하나는 침략자이자 경계의 대상이라는 이미지인데, 인도네시아인에서 한국인이나 유럽인, 일본인들에 대한 인식은 한국인이 위에서 언급한 경우의 서양인이라는 단어에 내포된 감정과 유사할 지도 모른다. 외국인에게 바가지를 씌우거나 이상한 것을 떠넘기더라도 큰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는 경우가 다수 있는 듯했다. 피해의식의 왜곡된 발현일 듯하다. 인도네시아도 슬픈 식민지 역사가 있고, 아직도 상대적으로 가난하다보니 말이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가끔은 루왁커피를 비롯한 인도네시아산 커피를 구해서 마시는데, 내손 끝에 전해지는 찻잔의 따뜻함에서 뜨거운 햇살의 열대고원 커피농장이 연상되고, 그윽한 커피향에서 커피꽃 향기가 동시에 떠올랐다. 비록 가난하지만 순박한 웃음을 보여주던 농부들의 밝은 얼굴이 떠오른다. 물론 가끔은 나에게 덤터기를 씌우려했던 몇 명의 약간 이상한 사람들 생각이 날 때도 있지만 이 역시 충분히 미소지으면서 생각 할 수 있다. 맛은 혀로만 느끼는 맛 그 자체가 아닌, 다른 많은 감각과 기억과 함께하는 것이다. 

 

다음 회에는 발리(Bali)의 커피와 체험 마케팅에 대해서 소개하려 한다.  아시다시피 발리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가장 선호되는 신혼여행지의 하나인데, 이곳에는 맛있는 커피도 생산되고 있다. 비록 커피품질이 최고수준은 아니더라도 다양한 체험을 바탕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의 하나가 되었다.

 

이창현

언론학박사

한국경제문화연구원 글로벌비즈니스 위원장

 

※외부필진의 기고 및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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