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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계석 칼럼] 작품성, 재연성, 상품성, 무엇이 중요할까?

이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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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트로트 열풍이 접입가경이다. 청소년 트로트 경연에 정부 부처가 지원사업을 하는 것을 넘어서, 초딩보다 어린 꼬마들이 경연에 참여하는 것을 가문의 영광(?)으로 아는 분위기다. 성악가들도 일부가 뛰어들면서 스타가 된 것을 메트로폴리탄 선 것과 비교가 안되는 로또행운이라고  보는 현상이다. 

▲ 아창제가 열린 예술의전당, 모처럼 북적이는 것으로도 셀렘이었다

모 음악잡지사에서 한 스타의 사진을 표지로 올리려 하다 소속사가 초상권을 쓰려면 1억원을 달라고 요구해 한 밤중에 사진을 내리고 바꾸는 소동을 겪었다 한다. 채널만 돌리면 광고 시장을 몽땅 휩쓰는 스타. 순수 음악과는 상황 자체가 다른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상업화엔 치밀함과 고도의 홍보 수단이 총동원된다. 

 

반면, 작곡가는 머릿속에 작품만 구상하여 위촉된 날짜에 작품 완성하는 것에 골몰한다. 위촉이 들어오면 물 만난 고기처럼 활력을 얻는다. 이쯤에서 냉정하게 한번 시각을 비껴나 생각해 보면 어떨까? 

 

작품성, 재연성, 상품성, 어떤 것이 중요할까? 물론 모두 뺄 수 없이 중요하다. 그러나 작품이 좋다고 해도 재연(再演)의 가능성이 담보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가곡은 모르지만 편성이 큰 오케스트라나 국악관현악 곡의 경우 수많은 작품들이 일회성에 그친다. 아창제만 해도 병풍식 나열만 했지 마스터피스로 정해 명작을 굳히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 국립관현악단이 최근에 마스터피스를 해서 호응을 얻었고 경기도립도 우수 작품들을 올린다. 지역들도 동참했으면 한다. 

 

짧은 임기 변죽만 울리고 마는 창작 실험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일까? 임기가 짧은 예술감독이 자신의 임기 때 자기 업적 쌓기에 바빠 새 작품을 만든다. 덩치가 큰 작품을 하는데는 예산도, 과정도 힘드니까 이해는 가지만 전국의 창작이 라면끓듯 뽀글뽀글 소리만 요란하다. 이것도 국악쪽에서 가능하지 양약쪽 위촉은 차라리 밤하늘의 별을 따는게 쉽지 않을까?  

 

오페라도 역사의 큰 인물은 다 써먹다 점차 체급(?)이 낮아져 시장이나 구청장도 작품으로 등극(?)할  날이 머지 않은것 같다. 나름대로 시장 활성화란 측면에서, 창작 실습이 될 수 있긴 하지만 포퓰리즘 창작은 되레 명작의 진로 방해로 페널티를 물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번창은 하는데 그 번창이 '갓길' 운행은 아닐까.  

 

오래전 뮤지컬 '남한산성'은 십수억의 돈을 들였지만 딱 한번 올리고 끝이었다. 그랜드 오페라 작품들 대부분도 이런 사정이다. 창작지원 없이 개인 오페라단이 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국립오페라 역시 재연(再演)할 작품이 몇이나 될까? 때문에 내것, 네것 가리지 말고 좋은 작품은 수매를 하는 열린 창작마인드가 필요하다. 결국 작품의 구매자요 소비자인  예술감독 중 작품을 위촉하고 고민을 하는 분을 특히 양악에선  찾기가 쉽지 않다. 

 

죽을 힘을 다해 창작에 매진한 것이 고작 하루 밤의 위안이고 만다면 이 얼마나 허망한가? 때문에 창작 생태계를 근본에서부터 바꿔야 한다. 제도 개선과 홍보, 마케팅은 물론 창작쿼터제를 도입해야 한다. 극장도 대관사업만 할 것이 아니라 창작 산실로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할 때다. 

 

 

KBS, 서울시향이 창작에 앞장 서야 

KBS 교향악단만 해도 여론이 비등할 때 전속작곡가 제도를 하다 유야무야 되었다. 교향악축제에 우리 작품이 고작 3~4편이니 위대한 작곡가의 탄생을 막는 내부의 적(敵)이라고 불러야 하나? 음악에 국경이 없다지만 오케스트라가 모국어를 잃으면 정체성을 상실하는 것이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 정서를 외면하는 것은 철지난 옷을 입고서도 유행을 모르는 이방인 같지 않은가. 이제 작곡가들도 창작이 뻗어 나갈 길을 생각하고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 자기를 위한 것, 청중을 위한 것, 글로벌용 등 다양한 콘셉트의 작동이 필요하다.  

  © K-Classic 조직위원회

작곡가 살아 생전에 1만회 이상의 공연을 올렸다는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모두가 시동만 걸다 멈추는 창작이 안되기 위해선 밖을 안으로 끌어 안는 원숙함이 필요하다. 창작의 작품성 , 재연성, 상품성의 콘셉트가 각각 개성으로 살아나야 한다.  마냥 기다리면 명작이 될 것이란 착각을 버리고, 살아 생전에 흔들림없는 뿌리를 내려야 한다. 필자가 K-Classic 브랜드를 앞세워 역동적 순환을 거는 이유다. 당신의 대표작을 국민들이 알고 있나요?  세계가 알고 있나요? 인류의 한 일원으로 와서, 지구에 머물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은 것 같아 마음이 바쁘다. 함께 뛸 창작자는 오시라! 

 

탁계석 한국예술비평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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