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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준 칼럼] 논문표절과 뉴 노멀 시대의 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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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01. 05

 

수학의 파이값은 지금으로부터 2200여 년 전 아르키메데스가 찾아낸 원주율값이다.

 

그런데 고등교육을 받은 우리 중 파이값이 3.14....라는 것은 알아도 왜 3.14....인지? 어떻게 3.14....라는 값이 나오는지 구하는 방식을 제대로 알고 있는 이들은 드물다.

 

한마디로 닥치고 외웠으니까! 이렇듯 주입식 교육이 가능했던 것은 2200년간 유명한 철학자와 수학자, 공학자들이 이미 파이값을 찾아내고 검증해놓았기 때문이다. 전문용어로 선행연구다. 메타인지 능력이 탁월했던 분들로 인해 기초학문은 2200년 전 조상들에게 맡기고 우리는 파이값을 활용한 응용학문 분야에만 집중하면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렇게 기초학문은 선행연구에 의존하고, 응용학문에만 힘쓰다 보니 지식 순혈주의가 탄생한다. 스승이 연구한 내용은 감히 비판도 바꿀 엄두도 내지 못한다. 의도만으로도 이단 취급을 당하고 비난의 중심에 서기 때문이다. 우리는 갈릴레오의 지동설을 예로 들어 이런 용감한 분들을 프런티어라고 치켜세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 비난과 압력을 개인이 감내하기란 쉽지 않다.

 

결국, 선행연구를 검증하지 않고 수행하는 응용연구가 주를 이루게 되다 보니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첫째, 창의적 패러다임이 탄생하지 못한다. 기존 선조나 스승들의 패러다임을 넘지 못하는 것이다. 2500년 전 쓰인 논어를 살펴보자. 논어에 대한 주석해석에만 힘쓸 뿐 공자를 넘는 동양철학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철학자가 아닌 논어학자만 존재할 뿐이다.

 

둘째, 표절이다. 선행연구를 기반으로 한 응용연구에 중점을 두다 보니 연구논문의 50% 이상을 선행연구 설명으로 채워진다. 심한 경우 70%가 넘을 것이다. 통계를 기반으로 하는 사회과학 분야의 연구는 더 심하다. 통계기반 연구논문은 주요프레임이 선행연구에 연구자의 변수가 어떠한 영향력을 미치게 되느냐에 대한 연구방식이다. 응용학문의 이러한 연구방법은 얼핏 보면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하나 얹혀놓은 모양이다. 거기에 창의적 변수를 제시하지도 않거나 유의미한 결과변화가 없는 연구의 경우 표절로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연구방식과 풍토로는 ‘카피킬러’와 같은 표절분석 프로그램에 걸리지 않는 박사 논문이 몇 개나 있을까 싶을 정도다.

 

물론 표절 의심을 받는 연구자들은 다소 억울할 수도 있다. 박사는 시작이란 말이 있다. 박사 논문은 운전면허증과 같아 면허증은 운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격을 인정한 것이지 베스트 드라이버를 인증한 것이 아니다. 박사학위 논문 또한 연구의 방식에 대한 경험을 쌓는 테스트 과정일 뿐이라고 배운다. 안타깝지만 박사 논문으로 세계적인 학회지에 실리고, 수백만 건이 인용되며, 커다란 상을 타는 선진대학들과는 차이가 먼 안일함은 반성해야 한다. 그간 관행이었고, 또한 선행연구가 하늘처럼 받들어지던 시대에서 작성된 논문의 특성도 다분히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가 깨우쳐야 할 점이 있다.

 

왜 지금에 와서 이러한 연구방식이 표절 논란을 가져오는가에 대한 시대적 메시지를 읽어야 한다. 바로 새로운 시대의 도래다. 2천 년간의 철학, 물리, 사회, 경제, 정치 분야에서 주입식 교육의 중심에 있던 진실이고 절대 진리일 줄만 알았던 선행연구가 틀렸거나 재검토를 받아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불확정성의 원리, 양자역학, 대중주도사회, 탈중앙화 등의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의 키워드에는 선행연구가 거의 없다. 이제 선행연구의 등에 업혀 박사를 따고 논문을 제출하던 시대가 지나간 것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해 내야 하는 관점에서 이전 응용연구들은 대부분 표절로 보일 수도 있다.

 

이제 연구자들, 사회과학자들, 미래학자들, 정치인, 경영자들, 사회구성원 모두가 선행연구에 매립되어 지식순혈주의에 빠진 창의성 없고 경쟁력 없는 돌연변이의 탄생을 멈춰야 한다. 새로운 뉴 노멀을 제시해야 하면서 기후를 시작해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 분야에 걸쳐 세계가 당황하고 있고, 온 국민이 당황하고, 정치인들이 당황하고, 경제인들, 직장상사들, 아빠들이 당황하고 있다.

 

바로 선행연구의 절대성이 무너지고 표절할 수 없는 창의력이 필요한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이제 더는 선행연구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의존성을 버려야 한다. 논어도, 성경도, 불불경도 양자역학 등 새로운 사고를 도입해 전혀 다른 뉴 노멀을 창조하는 도전정신이 필요하다.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맞이한 교회나 사찰, 학계는 기존 교리나 해석의 선행연구에 갇혀 저항만 하고 있지 말아야 한다. 이제 당황만 하지 말고 빨리 세상의 변화를 읽어내야 한다. 더불어 새로이 인지한 분야의 지식을 다른 분야에 적용하는 '메타인지' 능력을 높여야 한다. 이것이 자연의 천문이요, 하늘의 섭리며, 새로운 시대를 살아야 하는 우리의 숙제다. 

 

고로 코로나 이후 생존 전략은 선행연구(절대값, 전통, 원칙, 신념, 이론, 체계, 개념)에 대한 의존을 버리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조하고 응용하는 것이 최우선 전략이 될 것이다. 

 

박항준 세한대 교수

현 누림경제발전연구원 원장

현 중기부 액셀러레이터 (주)하이퍼텍스트메이커스 대표이사 

현 (사)한국블럭체인기업진흥협회 상임부회장

현 (사)우리경제협력기업협회 부회장

전 한국통신산업개발 상무보

전 시티신문사 대표이사 

저서: △더마켓TheMarket △스타트업 패러독스 △크립토경제의 미래 △좌충우돌 청년창업 △블록체인 디파이혁명

 

 

 

 

KECI | 2021.01.06 00:08 | 조회 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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