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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준 칼럼] 국립오페라단 오디션 심사를 다녀와서 맞은 ‘날 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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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05. 25

 

“저기… 미스(miss)”라 했다가 성추행으로 몰릴 뻔 한 오디션 심사

‘미스(miss)’가 성적인 수치심을 야기 했다?

‘갑질’이라고 여겨지는 그들의 대처

 

5월 8일과 9일, 국립 오페라단 오디션 심사를 맡아 아침부터 예술의 전당 국립단체 연습동으로 향했다.

 

오전10시부터 하루에 100명 이상의 젊은 성악가들의 노래를 듣고 평가하는 것은 피곤하기도 하겠지만 그 보다 좋은 소리,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시간들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들었고 기대가 되었다.

 

오디션이 열리는 오페라단 연습실로 가는 길에 오디션을 주관하는 S팀장의 안내를 받아 오디션 장소에 입실을 했는데 직원인 듯한 여성 진행자가 있어 필자는 "오페라단 직원인가요"라고 물었다.

 

그녀는 "네 그렇습니다"라고 상냥한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명찰이라도 달았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을 했는데, 까만색 의상을 입고 까만 마스크를 착용해서, 눈만 보이던 그 직원은 오디션 심사위원들에 대한 응대 메뉴얼을 모르는지, 오페라단에 그런 매뉴얼이 없는지,,, 

 

필자는 그 직원에게 부드러운 어조로 얼굴을 알 수가 없으니 마스크를 벗고 인사를 하는 것이 좋겠다 했고, 그 직원은 마스크를 벗고 인사를 하면서 무슨팀 L○○이라 이름을 밝히고 다시 마스크를 착용 하였다.

 

필자는 성악을 전공하셨느냐고 물어 봤는데 "그렇다"라고 대답을 했고 ○○대학교 ○○학번 ○○○교수 제자라고 묻지 않은 것까지 대답해줬다.

 

오디션 시작 전 심사위원들에게 커피를 제공하겠다고 해 필자는 아이스라떼를 요청했는데 아이스가 없다하여 "그냥 주세요"했는데 누군가 얼음을 갖다 준다고 해서 고맙다고 말하고 받았다.

 

오디션은 시작되었고 때로는 즐겁게 때로는 안타깝게 오디션 참가자들과 호흡을 같이 하였다. 

 

쉬는 시간 중간 중간에 까만색 의상의 교육팀 직원인 오디션 진행자는  필자에게 2~3번 얼음을 컵에 채워줘서  고맙게 여겨지기도 하였다.

 

오전 10시에 시작한 첫날 오디션은 저녁 8시가 넘어 마쳤다. 그 다음날도 오전 10시에 오디션이 시작 되었고, 역시 시작전 커피타임이 있었다.

 

전날 수고했던 교육팀 직원인 그 오디션 진행자가 그날도 까만색 의상을 입고(이틀 연속 까만색의상을 입어 인상에 남았다) 필자에게 "오늘도 얼음이 필요하시죠" 라고 물어와 "네 갖다주시면 감사하지요"라고 대답을 하였다.

 

둘째날 오디션에는 세계적인 소리와 음악이 있는 성악가들이 눈에 띄어 흥분되기도 하였다. 새로운 스타들이 나올 것같은 예감이 들기도 하였다.

 

오디션이 진행 되던 중 열기가 올라와 얼음에 대해 재차 물었고 점심 식사 후 갖다 주겠노라 해서  점심 후 심사석으로 돌아왔는데 얼음이 없길래 그 직원의 이름이 기억이 나지 않아서 "저기,,,미스,,, 갖다 주신다더니 얼음이 안 왔네요"라고 말했다. 

 

그 후에 얼음을 받았고 첫날 보다 조금 일찍 오디션이 종료 되었다. 그리고 수고한 심사위원들과 팀장 직원에게 수고했다는 인사를 서로 나누고 까만색 의상을 입은 이틀 동안 오디션을 진행했던 그 직원에게 애쓰셨다는 말과 함께 "의상이 어제와 바뀐거죠?"라는 말로 인사를 대신했다.

 

이틀에 걸친 오디션 심사를 마치고, 필자는 예술의 전당을 나와 집으로 가던 중 전화 한통을 받게된다. 

 

국립 오페라단 S팀장이 대뜸 "실수하셨죠?"라고 필자에게 추궁(확신)하듯 물어 왔다. 필자는 심사를 잘못한 것이 있나, 점수를 누락 시킨 것이 있나 싶어, "뭔데요?"라고 되물었다, 그랬더니 S팀장이 필자가 그 여직원에게 성적인 수치심을 줬다고 한다. 그래서 "그게 뭔데요"라고 물었더니 "미스 라고 하면서 얼음 갖다 달라"는 말이 여직원에게 수치심을 줬다고 한다는 것이다. (위에 서술한 내용이 있다)

 

황당했다, 반말조차 한 적이 없었는데...

 

집으로 향하던 필자는 황당한 마음을 거두질 못하고 5분 후 S팀장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상황파악이 되었는지 재차 물었고 필자는 위에 서술한 내용들을 S팀장에게 대략 얘기를 했더니 본인도 현장에서 그 내용을 들어서 알고 있고 맞다고 한다.

 

필자는 재차 이유를 묻던 중 "어디 국립 오페라단 직원 다루기를 뭐 처럼(?)함부로 대한다"는 충격적인 대답이 대화 중에 섞여서 돌아왔다.

 

이게 뭔가? "갑질"인가. 필자에게 조차 이렇게 한다면 하물며 '젊고 힘없는 성악가들, 국립 무대에 서보고 싶어 하는 우리 오페라 가수들'에게는 국립오페라단 직원들이 어떻게 대할까.

 

외국에서 수 많은 시간 동안 젊음과 열정을 바친 우리 성악가들 보다, 뒤쳐지는 전문성을 가진 국립오페라단 직원들이 국립이라는 완장을 차고 우월한 위치에 있다는 생각에서 나오는 몸에 베인 행동인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필자는 그날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다음날 S팀장에게 문자를 보내 어제일의 시시비비를 명백히 가리기를 강력히 요청했다. 오후에 S팀장의 전화를 받았다. "그 직원이 '언짢아 한다'(심기를 건드린 것 인가)"는 것이다. S팀장은 뉘앙스에 따라 상대방이 다르게 느낄 수 있으니 전화 통화를 권해, 다음날 오전 필자는 오페라단으로 전화를 걸어 "L선생님 나로 인하여 성적인 수치심을 느꼈다는데 사실입니까"라고 물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당사자에게 "대표님(?), 제가 지금 회의 중이라 30분후에 전화 드리죠"라는 대답을 듣는다. 그 후에 그 여직원은 전화가 없었고 조금 후 국립오페라단 책임자가 필자에게 전화를 해 그 직원을 잘 타일렀으니 덮자고 한다. 그 다음날 필자는 S팀장에게 전화를 해서 다시 문제 확인을 했으나 웃으면서 해프닝이니 넘어가자고 한다.

 

필자는 이일에 대하여 긴 생각을 하였고 이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정립되지 않은 개념의 성적인 수치심과 국립 오페라단의 갑질형태의 대응

 

이번 일을 통해 필자가 피부로 느껴졌던 "성적인 수치심"이란 필자가 보편타당 한 얘기를 해도 개인의 편향적인 자의적인 해석이 통용되는 것이 '성적인 수치심'이다.

 

이번 국립 오페라단 오디션(여러 오디션중 일부)에서 있었던 일은 심사위원으로 초빙한 사람을 가지고 현격한 커다란 말실수를 했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데도 ‘성적인 수치심’을 입에 담는 것은 매우 조심해야 했던 일이고, 그것이 누군가에 입에 오른다면 당사자는 선의의 큰 피해자가 되는 것이다. 필자는 지금 지업적인 것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이게 과연 아무렇게나 기준 없이 적용될 수 있는지.

 

필자는 이 일이 해프닝으로 끝났다고 보여지지 않는다. 누군가가 이런 일로 사회적인 이슈가 되었다면, 정립되지 않은 한 사람의 말로 인하여, 한 사람은 매장 될 수도 있는 일이며 평생 가십에 오르내릴수도 있다.

 

필자는 이일에 대해 여러 사람들의 생각을 듣고싶고 ‘성 수치심’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싶다. ‘성 수치심’에 대한 개념정립이 필요하다고 절실히 느낀다. 자칫 시궁창이 될 수도 있고, 여러가지 상황이 생길 수 있으나 필자에게 억지로 이미지 프레임을 덮어씌우려 하지 않았나 하는생각이 든다.

 

필자는 테너이고 테너이기 때문에 합리화 될 수 없지만 사랑과 로맨스를 인생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살았고, 내 사랑에는 나름의 기준과 격이 있다. 마치 내가 결격이 있는데 봐주듯이 넘어가는 것은 국립 오페라단이 공기관으로서, 옳지 않은 처사이다. 개인의 성적 수치심의 잣대가 그 그물망에 걸린 사람은 속절없이 당해야하는 상황을 이번 해프닝(?) 통해 사회적 인식을 다시 한 번 짚고 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국립오페라단 교육팀 직원은 그 문제에 대해 마지막 전화에서 제대로 된 응대와, 결말을 짓는 마무리를 해야 했거늘 팀장과 책임자에게 미루는 노이즈식 대처는 매우 불량하며, 그 직원에게 부응하는 상사들을 볼때 시스템이 부재하다.

 

박양우 장관 및 문화체육관광부에 민원을 통해 묻고 싶다. 그 동안 국·공립 및 민간예술단체들의 예술계의 성적인 문제제기에 대한 많은 일들이 일어났었는데, 잘못된 성적인 착취는 반드시 사라져야 하겠지만, 필자와 같은 억울한 일도 있었을 것이다.

 

이런 선례들을 모아 정확한 규례와 메뉴얼을 만들어 선의의 피해자가 생겨서는 안될 것이며, 필자처럼 식겁한 경우를 당하는 사람이 생기게 해서는 안될 것이다.

 

국립 오페라단에서는 누군가가 이번일로 사과를 해야할 것이다. 또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제도의 테두리 안에서 바로잡고자 힘쓸 것이다. 기득권이 가해자가 되고, 기득권이 없는 사람이 피해자가 될 뻔한 것이‘갑질’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국립오페라 및 국·공립 예술단체들은 그 주인이 예술가들이며 행정이 예술위에 군림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박현준 한신대교수 (한강오페라단장, 한국오페라협회 회장)

 

 

KECI | 2020.05.27 07:40 | 조회 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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